'아픔이 길이 되려면' 저자 김승섭 고려대 교수/사진제공=동아시아 출판
김 교수는 한국사회 약자들이 더 아픈 것은 그들의 탓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연구 저작물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 펴냄)을 지난 9월 내서 반향을 일으킨 보건학자다. 그의 책은 출판사 편집자들 사이에서 올해 출간된 도서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혐오와 차별, 고용불안, 재난 등 사회적인 상처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한 사례를 묶은 책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책임연구원으로 '생존학생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한국에서 발생했던 참사의 피해자들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말을 꺼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화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이 모든 참사의 아픔을 겪고도 2014년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은 기록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기록되지 않았으니 그들을 기억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없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사회가 개인의 건강과 질병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많은 경우에 우리는 그 원인을 개인에게서만 찾는다"며 앞으로도 이에 대한 고민을 연구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조명하고 싶은 다음 주제는 에이즈(AIDS)다. 실제로 지난달 '성매매에 나선 부산 에이즈녀’가 언론에 크게 실려 공포가 극대화됐지만 AIDS가 아닌 HIV(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는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이제는 더 이상 에이즈가 무서운 질병이 아닌데도, 한국사회의 인식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HIV감염자들에 대한 사회의 낙인, 그들의 인권과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