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은 울고 여행사·병원도 울상…'수능연기 후폭풍' 일파만파

뉴스1 제공 2017.11.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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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두고 여행 간대요"…주인공 빠진 수능여행
"수능이벤트 준비했는데…여행사·병원 '예약취소' 쇄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김다혜 기자 =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수능이 연기됐는데도 가족들은 저만 두고 여행 간대요. 어쩌죠."

15일 전국을 뒤흔든 '포항지진'이 남긴 여파는 '2016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뿐만이 아니다. 수능이 1주일(23일) 늦춰진 탓에 가족여행이나 성형수술·시력교정 등을 계획했던 수험생 가족, 수험생이벤트를 준비했던 업체들의 일정도 잇따라 틀어지는 등 '수능연기 후폭풍'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예체능계열 대학을 지망해 수능과 실기평가를 동시에 준비해오던 수험생 A씨는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수능을 치른 뒤 실기평가 대비 겨울특강을 듣기 전 짬을 내어 2박3일 간의 '가족여행'을 계획했지만 수능이 늦춰지면서 여행일정이 틀어진 것이다.



A씨는 "수능이 연기됐는데도 (가족들은) 비행기 취소를 하지 않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무엇엔가 끼인 기분"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올해로 수능 3수에 도전하는 동생과 함께 유럽여행을 준비해오던 B씨도 계획을 망쳤다. 그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로 수능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여행준비를 해 온 사람에겐 당혹스러움의 연속"이라고 아쉬워했다.



B씨는 "여행일정에 맞춰 출국날짜와 유럽 내 이동수단, 숙박업체까지 예약했지만 부득이 모두 취소하게 생겼다"며 "동생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허망하게 사라지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자료사진/뉴스1 © News1 허경 기자자료사진/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수능연기에 따른 여행객들의 일정 변경·취소 문의가 빗발치자 일부 주요 여행사들은 자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주요 항공사와 호텔에서는 공식적인 취소 수수료 면제 관련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수능연기'를 사유로 여행상품 및 항공권을 취소해도 상품가의 30~5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 여행사들은 이에 따라 자사 부담으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하나투어는 20일까지 여행상품을 취소하면 30일까지 출발하는 상품에 대해 수험생과 부모·형제까지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일부 여행사 수험생과 가족 위해 취소수수료 면제

하나투어 관계자는 "수능연기 발표 이후로 여행상품을 취소하는 수험생 여행객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수능은 수험생이나 가족에게도 매우 큰일이라 여행 때문에 부담을 갖지 말고 수험준비에 집중하시라는 의미로 여행사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취소수수료를 면제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투어도 16일부터 23일 출발하는 여행상품에 한해서 수험생 본인과 가족에 대해 여행상품 취소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능연기로 인해 여행상품을 취소한 수험생은 400여명"이라고 말했다.

노랑풍선은 여행상품 취소수수료를 수험생은 물론이고 직계가족까지 전체 반영하여 면제해 주기로 했다. 또 KLM 에어프랑스도 한국지사의 권한으로 항공권 취소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KLM 에어프랑스 관계자는 "시험 연기에 따라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수험생을 배려하고자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에 설치된 성형외과 광고물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에 설치된 성형외과 광고물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수능연기 후폭풍'으로 인한 피해는 병원에도 덮쳤다. 수능연기 발표 직후 서울 강남에 위치한 유명 성형외과 C병원에는 미리 성형수술이나 상담일정을 예약했다가 급하게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문의 전화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C병원 관계자는 "수술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한 수험생의 정확한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면서도 "최소 수십명이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다른 대형 성형외과 D병원도 수능연기 이후 50여 건의 수술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도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할인이벤트를 이용하려는 수험생들이 미리 수술날짜를 잡았지만 대다수가 일정을 변경했다"며 "아무래도 수능이 연기되면서 예정됐던 면접이나 논술일정도 바뀌면서 수술을 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성형외과뿐 아니라 대입을 앞두고 시력을 교정하려 했던 수험생들도 낭패를 보긴 마찬가지다. 강남의 한 시력교정 전문병원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수술일정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겠다는 문의를 받고 있다"며 "병원 측에서도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할인 이벤트를 연장하는 방침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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