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처음학교로'… "학부모 편의" vs "공립-사립 격차 커져"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7.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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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지역 17개 시범 유치원 1곳빼고 모두 미달… 교육부 "경쟁률 비공개"

 집단 휴업을 예고했던 사립 유치원들이 휴업을 철회해 전국 유치원이 정상 운영되는 가운데 1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등원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와 지원금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했지만 교육부의 중재와 여론의 반발로 휴업 철회를 최종 결정했다. 2017.9.18/뉴스1 집단 휴업을 예고했던 사립 유치원들이 휴업을 철회해 전국 유치원이 정상 운영되는 가운데 1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등원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와 지원금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휴업을 예고했지만 교육부의 중재와 여론의 반발로 휴업 철회를 최종 결정했다. 2017.9.18/뉴스1


올해 전국적으로 처음 적용되는 유치원 원아모집 시스템 '처음학교로'의 효과를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학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만큼 사립유치원들의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긍정적 시각도 있는반면 국·공립과 사립의 격차만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교육청은 13일 종로구 본청에서 처음학교로 공개시동식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국가보훈대상자, 다문화·장애부모 가구 자녀 등 우선모집대상자들의 추첨 선발이 이뤄진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무작위로 선발 결과가 정해지는 식이다. 일반모집은 오는 22~28일 진행되고 30일 결과가 공개된다. 올해 처음학교로를 통해 원아를 모집하는 유치원은 모든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 116곳이다. 사립의 경우 전국 4282곳 중 2.7%밖에 참여하지 않는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온라인으로 모든 절차가 진행되는 처음학교로의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사립이 대부분 불참하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처음학교로는 학부모가 반드시 유치원에 가서 추첨에 참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학교로를 처음 설계해 시범 운영을 한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결국 학부모들이 편한 쪽을 선택하게 되면 사립유치원도 처음학교로 서비스에 참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참여율 상승을 점쳤다.

사립유치원은 일찌감치 처음학교로 거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전국 사립유치원의 90% 이상이 가입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지난해 시범운영 때부터 줄곧 이사회에서 처음학교로 불참을 결의했다. 전기옥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부장은 "국가에서 예산을 더 지원해주는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원비가 비쌀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면 대거 미달 사태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유치원단체인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역시 참여 여부를 회원 자율에 맡겼지만 대부분 불참했다.



이 같은 사립의 우려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처음학교로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유치원들은 대부분 원아 미달 사태를 면치 못했다.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서울지역 17개 유치원 중 정원을 모두 채운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2017년 4월 기준). 대부분 한 자릿수 정도의 원아가 부족한 수준이지만 일부 유치원은 한 반 120명 정원에 99명 밖에 모집하지 못하는 등 미달 폭이 큰 곳도 있었다. 매번 경쟁률이 높아 많은 학부모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국·공립유치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립유치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공개되면 사립과 국·공립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에게는 '처음학교로=국·공립유치원 입학시스템'이란 인식이 박혀서인지 사립 학부모들에겐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우리만 해도 정원의 7분의1 수준밖에 원아가 모집되지 않는 걸 직접 경험했는데 올해 또 사업에 참여하고 싶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교육부는 올해 유치원별 입학경쟁률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처음학교로 설계에 참여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입학갱쟁률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유치원 서열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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