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쓰면 쥐어주는 스마트폰..10명중 2명 이미 '베이비 스몸비'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7.11.16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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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2017]<8>점점 어려지는 스마트폰 중독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건전한 디지털 문화 정착을 위해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3년째를 맞았다. 과거 유선인터넷 중심의 디지털 세상은 빠르게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에서도 지난해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는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를 넘어 지능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 이면의 그늘도 피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초연결로 표현되는 만큼 시공간을 초월한 사이버폭력, 해킹 등이 우려되며 정보 접근 정도에 따른 양극화 등의 부작용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올바른 지능정보 사회 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

떼쓰면 쥐어주는 스마트폰..10명중 2명 이미 '베이비 스몸비'


#4살 아들을 둔 30대 직장인 김 씨는 스마트폰 없이 아이와 외출하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외식할 때는 물론이고 마트에 가거나 자동차에 태울 때도 김 씨는 스마트폰 동영상부터 검색한다. 자유분방한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혹은 불안한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돌 무렵부터 무조건 스마트폰을 건냈다.

심지어 집에 있을 때도 김 씨는 스마트폰부터 아이에게 건네는 게 일상화 됐다. 설거지와 청소 등 집안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쉬고 싶을 때도 스마트폰을 준다. 어느덧 아이에겐 스마트폰이 엄마이고, 아빠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은 찜찜하다. 혹시 우리 아이에게 어떤 해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너무 편한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물릴 수도 없다. 스마트폰 없이 자녀를 키운 우리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느껴질 뿐이다.



◇점점 어려지는 스마트폰 중독…우리 애도 '스몸비' 될라= 스마트폰 중독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중독 성향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며 걷는 사람들을 빗댄 '스몸비(스마트폰+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 중독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동하면서도 동영상을 보여줄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육아 필수 아이템이 될 정도로 일상화되면서 영유아층의 스마트폰 중독 또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만10~19세)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30.6%로 전년대비 1.0%포인트 줄어든 반면, 유아동(만3~9세)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12.4%(2015년)에서 17.9%(2016년)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름세다.

가치관이 채 성숙되기 전인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도 문제지만 몸도 마음도 이제 막 시작 단계인 영유아들에게 과도한 스마트폰 접촉은 신체 발달은 물론이고 자기조절 등 정서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뇌 발달에 악영향 줄 수 있어…심리적·육체적 장애 발생도 우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부작용으로 뇌 발달 장애를 꼽는다. 스마트폰의 강한 자극이 좌뇌를 주로 자극, 우뇌 기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는 '우뇌 증후군'이나 강한 자극에만 반응을 보이는 '팝콘 브레인' 현상 등이 내 자녀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뇌 발달의 불균형이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틱 장애 등의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은 심리적·정서적 측면에서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 심리적 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인내력 형성이나 의지 발달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신적인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신체 발달이 중요한 영유아 시기에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성장 장애가 올 수 있다. 손에 잡은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보는 경우가 많아 거북목 증후군, 척추 측만증은 물론이고 안구건조증과 근시, 소음성 난청 등의 증상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있다.

◇유아 스마트폰 방지 노력 전세계적…우리도 관련 법 최근 발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프리넷(Free Net)' 움직임이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가정 뿐 아니라 사회가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은 2012년부터 인터넷 과의존 예방 및 온라인 안전을 위해 '더 나은 인터넷을 위한 전략(Safer Internet Programme)'을 추진 중이고, 일본은 2014년부터 정부·기업·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인터넷 안심·안전이용(e-넷 카라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법제도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만의 경우 만 2세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2~18세 아이들이 스마트폰 등에 과몰입 증상을 보이면 부모 및 보호자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은 △18개월 미만 아이는 디지털 사용 금지 △19~60개월 아이는 디지털 기기 하루 1시간 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방지하는 목적의 법안이 발의됐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그것. 김 의원은 이들 개정안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스마트폰 중독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기관 종사자들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맞벌이 부부 증가, 아동용 콘텐츠 확산 등으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며 "미취학 아동들에 대한 모바일 과의존 예방을 위한 교육 및 부모 상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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