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SNL9'에서 개그 코너로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을 다뤘다. 배우 권혁수가 유명 한국사 강사인 설민석을 흉내내 급식체에 대해 강의한다./사진=SNL9 캡처
◇급식체, 인터넷 언어가 유래…유희에 집중
초성만으로 대화하는 것은 고전 '급식체'다. 'ㅇㅈ?'은 '인정?' 'ㅇㄱㄹㅇ'은 '이거레알'(진짜)'이다.
'~하는 부분'과 '~하는 각'(~ 할 것 같다)은 인터넷방송 BJ의 말투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사용자들이 쓰던 말에서 유래했다.
◇언어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10대 문화의 하나
급식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한 언어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청년층은 급식체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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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회사에 근무하는 김세리씨(24)는 "시대의 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말이 아니라면 급식체도 급식체 나름대로 10대 문화의 하나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급식체를 모르면 트렌드에 뒤쳐진다는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이모씨(24)는 "한글을 파괴한다는 입장도 있지만, 한글에 관심이 있으니 변형해서라도 쓰는 것"이라며 "말할 권리 인정 차원에서 급식체도 충분히 수용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정적 뜻 가진 급식체 많아…명백한 언어파괴
/사진=SNL9 캡처
중학교 3학년 권모양(15)은 "21명의 같은 반 친구들 중 반 이상이 실생활에서도 급식체를 사용한다"며 "또래인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말도 많고 계속해서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박영진씨(25)는 "친근하게 말하는 사이에서 가끔 장난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등 과할 경우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주부 신모씨(52)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들으면 짜증을 유발한다"며 "왜 좋은 말을 놔두고 언어를 파괴하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특임교수는 "급식체 사용은 언어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동시에 언어 파괴"라며 "결국 또 새로운 환경이 등장하면 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글을 좋은 방향으로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유희적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중요한 것은 급식체 자체가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청소년들 의식인데 언어를 관계발전의 도구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말하기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