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건설이 중단된 신고리 5·호기 공사현장이 녹색 천막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철골 가설물과 3단계 타설공사까지 마친 원전 바닥은 초록색 천막으로 덮여 있었고, 곳곳에 놓인 10기의 크레인은 3달째 멈춰 있었다. 원자로 격납건물 외벽철판(CLP)도 천막으로 싸여진 채였고 밖으로 노출된 수천 개의 철근 가닥은 고무호스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이명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새울본부 차장은 “공사 중단기간 동안 현장에 녹이 슬지 않도록 방수천막과 호스를 자재마다 씌웠고 환풍기도 공기 순환을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공사 재개에 대비해 현장을 보존해야 했으므로 900여명의 최소 인원은 공사장을 지켰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의 구조물 공사구역. 공사 중단 기간에도 구조물에 녹이 슬지 않도록 외부 프레임을 씌워놨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일부는 3개월간 끊어놨던 전기 배선을 다시 잇고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작업 도구를 나르거나 지난 3개월과 마찬가지로 중단기간 동안 자재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20여명의 직원과 함께 구조물 2공구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 구산토건의 진승언 소장은 “물 제거, 시멘트 풀칠 같은 유지보수 업무를 하면서도 건설 중단·재개 여론이 팽팽하다는 뉴스를 접하면 마음이 무거웠다”며 “시민참여단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사 재개 방침을 결정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사 재개가 시작되면 환풍기, 천막, 천막설치용 구조물, 철근 아래쪽에 풀칠된 시멘트를 제거하는 작업을 먼저 하게 된다. 이후 원자로건물, 보조건물, 터빈건물에 놓인 총 132개의 철근의 안전성을 점검한 뒤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신고리 5·6호기 현장 주변 주민들은 공사 재개에 대해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서생면에서 만난 주민 박창수씨는 “공사 멈춘 3달 동안 현장 근처에 있는 남창(온양읍), 진하(서생면), 덕신(온산읍) 상권이 다 망가졌다”며 “동네 사람들은 공사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대환영”이라고 말문을 뗐다.
박씨는 “물론 더 안전한 발전소 짓는 게 좋겠지만,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원전 아니면 어떻게 전기를 만든단 말이냐”며 “협력업체 사람들이 원룸 방도 다 빼고 없어져 동네 밥집과 술집이 매물로 나온 게 많은데, 팔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900여명의 현장 유지인원들이 있었지만, 평소 공사할 때처럼 야근이나 주말 특근이 없어져서 수당이 평상시의 60% 수준만 지급됐다. 그 때문에 돈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근처 상인들이 많이 힘들어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얘기다.
기장군 월내리 음식점에서 일하는 진모씨는 “낮 손님보다 밤 손님이 줄었다”며 “공사가 이뤄지면 가게도 매출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