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 3달…1000억원 허공에 날린 현장

머니투데이 울산=최우영 기자 2017.10.24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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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공사재개' 앞둔 신고리 5·6호기 현장 가보니

23일 건설이 중단된 신고리 5·호기 공사현장이 녹색 천막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23일 건설이 중단된 신고리 5·호기 공사현장이 녹색 천막으로 뒤덮여 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을씨년스러웠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한 지 이틀이 지난 23일 울산 울주 서생면. 약 190만㎡에 달하는 육상공사 현장의 분위기는 그랬다.

철골 가설물과 3단계 타설공사까지 마친 원전 바닥은 초록색 천막으로 덮여 있었고, 곳곳에 놓인 10기의 크레인은 3달째 멈춰 있었다. 원자로 격납건물 외벽철판(CLP)도 천막으로 싸여진 채였고 밖으로 노출된 수천 개의 철근 가닥은 고무호스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약 50개의 임시 환풍구만이 쉴 새 없이 돌아갈 뿐이었다. 철근 아랫부분엔 풀칠을 했고, 천막과 호스를 단단하게 고정시키기 위한 임시 가설물이 거미줄처럼 자리를 잡았다. 이 덕분에 지난 22일 부산·울산을 강타한 태풍 ‘란’의 영향에도 현장은 별 탈 없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명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새울본부 차장은 “공사 중단기간 동안 현장에 녹이 슬지 않도록 방수천막과 호스를 자재마다 씌웠고 환풍기도 공기 순환을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공사 재개에 대비해 현장을 보존해야 했으므로 900여명의 최소 인원은 공사장을 지켰다.



또다른 한수원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 조사 비용이 46억원 들었다는 건 공사중단에 따른 손실비용에 1000억원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며 “공사를 계속 했다면 필요없는 시멘트 풀칠과 철골구조물, 환풍기와 천막, 유지보수 인건비 등은 기존 추산액(1000억원)을 훨씬 넘어선다”고 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의 구조물 공사구역. 공사 중단 기간에도 구조물에 녹이 슬지 않도록 외부 프레임을 씌워놨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의 구조물 공사구역. 공사 중단 기간에도 구조물에 녹이 슬지 않도록 외부 프레임을 씌워놨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썰렁한 공사 현장의 구조물 사이로 몇몇 작업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24일 국무회의 이후 한수원 이사회가 공사 재개 의결을 마치면, 곧바로 작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중인 협력업체 직원들이었다.

일부는 3개월간 끊어놨던 전기 배선을 다시 잇고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작업 도구를 나르거나 지난 3개월과 마찬가지로 중단기간 동안 자재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20여명의 직원과 함께 구조물 2공구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 구산토건의 진승언 소장은 “물 제거, 시멘트 풀칠 같은 유지보수 업무를 하면서도 건설 중단·재개 여론이 팽팽하다는 뉴스를 접하면 마음이 무거웠다”며 “시민참여단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사 재개 방침을 결정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사 재개가 시작되면 환풍기, 천막, 천막설치용 구조물, 철근 아래쪽에 풀칠된 시멘트를 제거하는 작업을 먼저 하게 된다. 이후 원자로건물, 보조건물, 터빈건물에 놓인 총 132개의 철근의 안전성을 점검한 뒤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신고리 5·6호기 현장 주변 주민들은 공사 재개에 대해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서생면에서 만난 주민 박창수씨는 “공사 멈춘 3달 동안 현장 근처에 있는 남창(온양읍), 진하(서생면), 덕신(온산읍) 상권이 다 망가졌다”며 “동네 사람들은 공사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대환영”이라고 말문을 뗐다.

박씨는 “물론 더 안전한 발전소 짓는 게 좋겠지만,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원전 아니면 어떻게 전기를 만든단 말이냐”며 “협력업체 사람들이 원룸 방도 다 빼고 없어져 동네 밥집과 술집이 매물로 나온 게 많은데, 팔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900여명의 현장 유지인원들이 있었지만, 평소 공사할 때처럼 야근이나 주말 특근이 없어져서 수당이 평상시의 60% 수준만 지급됐다. 그 때문에 돈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근처 상인들이 많이 힘들어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얘기다.

기장군 월내리 음식점에서 일하는 진모씨는 “낮 손님보다 밤 손님이 줄었다”며 “공사가 이뤄지면 가게도 매출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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