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실타래 엉킨 NC, 임기응변 중요해졌다

스타뉴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2017.10.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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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포스트시즌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NC 김경문 감독.NC 김경문 감독.


계산이 틀어졌다. 필승 공식이라 믿었던 NC의 계투 방정식이 깨졌다. 남은 시리즈, 김경문 감독의 임기응변이 매우 중요해졌다.



NC는 플레이오프 2차전서 불펜이 붕괴,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계산이 서는 불펜 운용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때 그때 컨디션과 구위를 면밀하게 체크하면서 상황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만이 남았다.

시리즈는 1승 1패 원점일 뿐이지만 NC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하다. 두산은 1, 2선발 니퍼트와 장원준이 공략당했으나 승리 공식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선발이 최대한 길게 버텨주고, 불펜 투입은 최소화하며 다득점으로 이기는 패턴이 유지됐다. 하지만 NC는 2차전서 전력의 핵심인 불펜이 완전히 무너졌다.



1차전에는 사실 구창모의 역할이 매우 컸다. 올 시즌 선발 수업을 받은 구창모는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며 구원으로 이동했다.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꽂아 넣으며 좌완 스페셜리스트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6-5로 앞선 7회말 2사 후 김재환 타석에 등판한 구창모는 삼진을 빼앗았다. 8회초 NC가 7점을 추가했고 구창모는 8회말 선두타자 오재일까지 삼진 처리한 뒤 김진성과 교체됐다. 두산의 핵심 좌타자 2명을 완벽하게 막았다.

사실 이번 시리즈 관건은 NC가 김재환을 어떻게 막느냐였다. 구창모가 1차전서 엄청난 구위를 뽐내며 김재환, 오재일을 힘으로 압도했다. NC는 구창모라는 확실한 방패를 얻은 게 1차전 1승 이상의 소득이었다. 기존 원종현, 이민호, 김진성, 임창민의 필승조에 구창모, 맨쉽까지 가세했다. 선발이 3~4회에 내려가도 5이닝 정도를 계산 속에 막을 수 있었다.

2차전도 중반까지는 NC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이재학이 3이닝 4실점으로 임무를 다했고 이민호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이민호는 4회와 5회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6-4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 김재환 타석에 역시 구창모가 나왔다. NC는 전날처럼 구창모가 김재환, 오재일을 막아주고 양의지 타석부터 맨쉽을 투입할 것으로 보였다. 해커가 선발 등판하는 3차전에는 외국인선수 규정에 의해 맨쉽이 어차피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2차전은 길게 던질 수 있었다. 구창모가 좌타자 둘을 마크하면 맨쉽으로 최소 7회까지 끌고간다. 8회부터는 1차전에 쉬었던 원종현, 임창민이 승리를 지키면 됐다.


하지만 이 계산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빗나갔다. 구창모가 1차전과는 180도 다른 투구를 했다. 김재환, 오재일을 모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등판한 맨쉽, 원종현도 불을 끄기는 커녕 홈런을 맞고 동반 침몰했다.

NC는 3차전에 해커가 긴 이닝을 책임지면서 불펜 투수들이 최소 이틀은 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졌다. 이틀 쉬고 4차전에 쌩쌩한 구위를 회복하길 기대해야 한다. 4차전 선발은 최금강이 될지 구창모가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2차전처럼 불펜 총력전을 펼치리란 것은 확실하다. 계투진이 본 모습을 회복한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김경문 감독의 날 선 판단력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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