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금융상품 가치평가, 국제기준 마련해야"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7.10.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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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트위디 국제가치평가위원회 위원장 "시장에 가치평가 전문가 없고 국제적 기준도 없어"

데이비드 트위디(David Tweedie) 국제가치평가위원회 위원장/사진=임성균 기자데이비드 트위디(David Tweedie) 국제가치평가위원회 위원장/사진=임성균 기자


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만든 금융상품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60%가 자산유동화증권(MBS)으로 다시 만들어져 엄청난 규모로 유통됐으나, 정작 위기가 터질 때까지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경고한 이들이 없었다.



이후 금융상품의 가치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왔지만 아직 통일된 평가기준은 없다. 일례로 MBS를 평가하는 회사가 여러 곳인데, 회사별로 기준이 달라 같은 상품에도 가격이 달리 메겨진다.

데이비드 트위디(David Tweedie) 국제가치평가위원회(IVSC) 위원장(73)은 본지 인터뷰에서 "제2의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가치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위디 위원장은 IVSC로 오기 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금융위기가 이렇게 커질때까지 회계사들은 금융상품 가치평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IASB를 떠나 가치평가 분야로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그는 말했다.

트위디 위원장은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로 구성된 금융안정화포럼(FSF, 현재는 G20으로 구성된 FSB로 변경)에 참석했을 때, 당시 의장으로부터 이 질문을 받고는 즉시 가치평가를 담당하는 회계사들이 있다고 대답했다"며 "그러나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니 시장에 가치평가 전문가가 없고, 가치평가의 기준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IVSC 위원장을 맡으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치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가치평가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트위디 위원장은 국제적 가치평가 기준 도입이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치평가에서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형자산, 금융상품을 보유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믿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 그는 "금융상품을 다루는 은행이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IVSC는 이를 위해 금융상품에 대한 가치평가 원칙을 마련해가고 있으며 생물학적 자산,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 원칙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원칙을 정하더라도 각국에서 이를 도입하느냐는 점이다.

트위디 위원장은 "각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시간이 얼마만큼 소요될지 모르겠다"며 "처한 상황이 각각 달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IASB 위원장으로 일하며 국제 회계기준(IFRS) 도입을 세계적으로 확대한 경험이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자신했다.

첫 단추를 꿰는 것이 어렵지, 그 이후에는 필요성을 느낀 각국에서 자발적으로 도입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트위디 위원장은 이를 위해 가치평가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회계사들이 역량을 가지고 있으나, 보다 체계적인 업무를 수행할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별도 커리큘럼과 시험제도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회계사협회 등 관련 조직의 조력도 강조했다.

IFRS(국제회계기준)를 세계적으로 확대하는데 10년의 시간을 쓴 그는 "이미 일부 국가들과는 가치평가 기준과 관련해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며 "가치평가 제도개선에 공감대는 형성된 만큼 조만간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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