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가 본 이영학 딸…"아빠 없으면 죽어"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2017.10.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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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에 강한 종속… 아버지 행동에 판단 자체를 안해, 친구 죽여도 이해하는 태도"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35)의 딸 이모양(14)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35)의 딸 이모양(14)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아버지가 없으면 내가 죽는다"
"아버지의 판단은 절대로 맞다"

여중생 살인사건 피의자인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35) 딸 이모양(14)이 아버지에게 심리적으로 강하게 종속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양을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는 이양이 아버지에 대해 (정상적) 가치판단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딸을 면담한 한상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프로파일러(경장)는 13일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열린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프로파일러는 먼저 딸이 아버지에게 일반적인 부녀 관계 이상의 강한 심리적 종속 관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프로파일러는 "이영학이 딸에 대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딸도 심리적으로 아버지를 굉장히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프로파일러는 딸이 숨진 어머니보다 이영학에게 더 애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한 프로파일러는 "딸이 어머니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아버지와 분리된 상태를 더 불안정하고 초조하게 느끼고 있다"며 "엄마에게 애정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없으면 본인이 죽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딸의 강한 심리적 종속 배경으로는 유전병과 경제적 지원을 들었다. 한 프로파일러는 "딸이 제대로 가치 판단하기 훨씬 전부터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이와 관련한 고민상담을 하거나 정보를 획득하는 통로가 아버지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심리적으로 의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금활동 등으로 아버지가 딸의 생계를 책임져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딸이 이영학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도 이런 심리적 종속 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 프로파일러는 딸이 이영학이 시키지 않았음에도 추가로 친구 A양(14)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에 대해 "'아빠 계획이 틀어질 까봐'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A양과 헤어졌다고 A양 부모에게 거짓말한 것에 대해서도 "같은 선상에서 '아버지 계획' 측면에서 이해하면 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행위가 옳으냐에 대한 판단 없이 아버지의 계획이 이뤄지도록 도와야한다는 생각만으로 행동했다는 뜻이다.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정상적 감정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프로파일러는 "딸이 놀라고 당황했으며 울었다고 말했다"며 "비정상적 감정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친구가 죽었을 때 나타내는 감정을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딸이 이영학의 범행에 대해서는 가치 판단을 거부하는 상태라는 분석이다. 한 프로파일러는 이영학이 친구를 살해한 것에 대해 "딸이 인식을 하고 있지만 '절대로 맞다'고 보는 아버지가 틀렸다고 인정하기 싫어한다"며 "아버지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못 견뎌 한다. 사정이 있을 거라고 이해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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