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살인사건 피의자 이영학씨(35)가 직접 촬영한 '유서 동영상' 캡처.
12일 복수의 범죄심리학 교수들은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이씨의 유서 동영상과 아내 시신을 염하는 동영상, 이씨가 작성한 탄원서 등을 살펴본 후 이같이 분석했다.
동영상 중에는 이씨가 지난달 자살한 아내의 시신을 직접 닦는 모습도 있다. 이씨는 죽은 아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시신에 입을 맞춘다. 죽은 아내 성기 부분을 수차례 손으로 두드리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아내의 가슴이 줄어들어 변형된 것과 아내 성기 부위에 여성 비하를 나타내는 문자 문신이 있는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한다.
영상과 문서 등 자료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씨가 비정상적으로 성에 집착하는 성도착증 성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씨의 성 기능(발기)이 정상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으며 성도착증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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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A부터 Z까지 다 성과 연관돼 있다"며 "이영학은 성기 변형을 여러 번 해 부작용에 따른 발기부전으로 더 성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이씨가 성적으로 각성한 상태로 보인다"며 "성인용품의 경우 수집이 아니라 판매한다고 해도 딸 아이 키우는 부모가 집에서 이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영상을 보면 인형을 닦듯이 아내 성기를 닦는데, 자기 아내를 염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도 말했다.
이씨가 아내에게 성적 학대를 저질렀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씨가 작성해 경찰에 제출한 탄원서에는 아내가 이씨의 계부와 지인들로부터 8년간 변태적 성폭행을 당했다고 적혀 있지만, 실상은 이씨의 묵인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씨가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배 교수는 "이씨가 가족을 위해 아내에게 '강간 한 번 더 당해라'고 요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동영상을 보면 이씨는 무언가 계속 가족에게 강요하는 성향으로 아내의 투신도 이런 것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아내를 성폭행한 자들이 여러 명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씨는 아내 성폭행의 조력자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편집 : 박광범 기자
결국 이씨의 성도착증 성향이 이번 A양 사망까지 이어졌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씨가 A양을 죽이는 목적보다는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A양을 살해하기 전까지 24시간가량 살려뒀던 것으로 진술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권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 대다수는 성 도구를 집에 수집해놓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들은 이걸 수집하다가 누군가에게 써보고 싶다는 충동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이씨가 A양과 단둘이 집에 있었던 것 등을 보면 상당히 의도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도 "(이씨가) 딸의 친구 여러 명 중 A양을 '언제 한번 건드려 봐야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죽은 아이와 둘이 있으면서 성기삽입이 아닌 다른 방식의 성적 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부검에서 성폭행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직접적 신체 공격을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소꿉놀이하는 것처럼 복장도착 등의 일탈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