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이영학씨(35)의 딸 이모양(14)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12일 복수의 범죄심리학 교수들은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이씨와 딸의 유서 동영상과 녹음 파일 등을 바탕으로 이씨와 딸의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유서 영상은 이씨가 이달 2일 딸과 같이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했다. 영상은 차 밖의 풍경 등을 고려할 때 피해 여중생 A양(14) 사체를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찍었다.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파일 가운데는 이씨의 딸이 학교 선생님에게 자살하고 싶다며 상담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해당 파일은 이씨의 아내가 투신 사망(9월 5일)한 지 9일 뒤인 지난달 14일 녹음됐다.
선생님은 이씨와 통화에서 "딸이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경찰로부터) 그런 의심을 받는 것에 분노를 표출했다"는 등의 상담 내용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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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과 녹음파일 등의 자료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씨의 딸이 자의식이 희박하고 정상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거대 백악종'이란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딸은 자신의 치료를 위해 후원금을 마련해 온 아버지에 대한 의존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서 영상에서 딸은 엄마 영정을 안고 있으면서도 아빠 이야기만 한다"며 "자신의 행동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아빠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는데, 이는 아빠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 역시 "벌어진 상황이 법률·사회적으로 어떤 문제를 갖는지 판단하는 '인지의 틀' 자체를 모르는 경우로 보인다"며 "아빠가 친구를 죽였다면 마땅히 보여야 할 충격 등의 정상적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은 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황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영상편집 : 박광범 기자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딸을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보는 것에 신중해야 하며 오히려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딸을 A양 '사체 유기 혐의' 공범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씨는 딸에게 희생적인 아버지인 척하면서 아이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학대를 하고 있다"며 "이씨가 유서 영상을 찍은 목적도 딸이 자신을 도덕적인 아버지로 여기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공범으로 보려면 범죄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딸은 A양을 죽일만한 의지나 시신을 유기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며 "경찰이 공범으로 구속수사를 요청했는데, 정신적으로 피해받는 아동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배 교수도 "유서 영상을 보면 딸은 일체 자기 행위가 없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며 "딸은 사건이 끝날 때라도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