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살 다돼서 '육아휴직' 용기낸 공무원…'4남매 아빠' 장상만씨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7.10.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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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상만 인사혁신처 인사조직과 사무관 "늦둥이 딸 덕분에 깨달아"

장상만 인사혁신처 인사조직과 사무관/사진=인사혁신처 제공 장상만 인사혁신처 인사조직과 사무관/사진=인사혁신처 제공


"요즘처럼 육아휴직의 중요성을 크게 느낀 적이 없습니다. 조직기여도도 고민해야 하는 문제지만, 짧은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해요."

장상만 인사혁신처 인사조직과 사무관(49)은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찾기 힘든 '4남매 다둥이 아빠'다. 현재 고3, 고1, 중2 아들 셋에 초3 늦둥이 딸을 뒀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딱 10개월의 육아휴직을 썼다. 공직생활 21년만에 처음으로 휴직계를 낸 '늦깎이 육아휴직자'다.



"딸이 만 8세가 된 지난해가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어요. 그간 '자유방임형'이라는 남들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아이들을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육아휴직을 쓰고 나서 돌이켜보니 이미 아이들은 훌쩍 커버렸더라구요."

장 사무관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초등학생 딸 아이의 학교 활동에 참여하고, 고등학생 아들의 수능 준비를 돕는 등 오로지 자녀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들이 자라는 동안에는 현재 안산시청에서 근무하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쓰고 매번 '독박육아'를 했다.



"고3 큰아들이 이번에 대학 수시모집을 준비하는데 그렇게 제도가 복잡한지 몰랐어요. 그간 아빠는 공무원으로서 충실할테니 너희는 학생 본분에 충실해라 했는데 무엇보다 '함께 있는게' 가장 중요하더군요."

세종시에 거주하는 장 사무관은 복귀 후 수원에 있는 집에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두번씩 다녀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아이들과 하루라도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서다.

그는 육아휴직을 쓰기 전에는 바쁘기로 손꼽히는 공무원재해보상 제도개선 업무를 맡았었다. 복귀 후에는 직원들 근무혁신, 초과근무, 휴가 등 복지 및 복무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육아가 오로지 여성의 몫이라는 것은 정말 옛날 말이 되어버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 육아휴직'은 여전히 공직사회 내에서 남들의 관심거리가 됩니다. 꾸준한 제도 개선으로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실에 따르면 저출산 대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주요 산하기관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육아휴직 벽이 아직도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나마 새 정부 들어 '아빠 육아휴직자'를 늘리기 위한 여러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석달간 월 최대 2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아동수당도 내년 7월부터 보호자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 5세 이하 아동 1명당 매달 10만원씩 지급한다.

장 사무관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사혁신처 진로체험프로그램도 맡고 있다. 공직생활을 소개하거나 아이들 진로체험 및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4남매 교육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또 육아휴직을 쓰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인 전남 고흥을 찾아 부모님을 모시고 주변 관광지를 둘러볼 생각이다. 수능 준비하느라 바쁜 고3 큰아들과 함께 가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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