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을 낯설게 보는 법… '시적인 순간'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7.09.30 08:03
글자크기

[따끈따끈 새책] '우리 앞에 시적인 순간'… 일상의 무게를 시의 눈으로 바라보기

사소한 일상을 낯설게 보는 법… '시적인 순간'


'썸남'(연애기류가 흐르는 관계의 남자)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저 '짝남'(짝사랑하는 남자)이었다. 카페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문이 열릴 때마다 문을 바라봤지만 매번 그가 아니다. 슬프지만 이제 할 수 있는 건 앞으로도 그를 계속 좋아하는 일밖에 없다. 언젠간 그가 내게 올 것이라 굳게 믿으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이다. 저자는 이런 '일상의 무게'를 '시의 눈'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면 누구나 한 편의 시와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황지우 시인이 겪은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시인은 위의 상황을 시의 눈으로 바라본 뒤, 시의 언어로 치환했을 뿐이다. 그 순간 느낀 감정에 운율을 담아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그리고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제목의 시를 남겼다.

저자는 비단 전문 시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상의 사소함 속에 시가 깃들어있다며 자신만의 시를 발견해보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여러 편의 시를 추천하고 설명해준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지루한 날들 속에도 새로움과 환희가 있다.

우리 앞에 시적인 순간=소래섭 지음. 해냄 펴냄. 292쪽/1만5000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