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불똥…제조업 경쟁력 흔들린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7.09.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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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근로시간·불법파견 3중고...업계 "선진국처럼 파견업종 확대해야"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에 이어 만도헬라까지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 제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고용부의 '사용자' 범위 확대 판단에 따라 자칫 상당수의 업체가 파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에 불법파견 리스크까지 겹치며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는 독일이나 일본 등 제조업 선진국이 파견근로를 활성화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불똥…제조업 경쟁력 흔들린다


파리바게뜨와 닮은 꼴…제조업 비상= 25일 산업계는 파리바게뜨와 만도헬라 등에 적용된 '사용사업주' 개념을 확대하면 대부분의 사내협력사(도급)를 쓰는 기업에서 파견법 위반이 불거질 것으로 본다. 300인 이상 사업체 중 절반이 사내도급을 쓰고 있으며 하청근로자는 93만명(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넘는다.

특히 기아자동차 '모닝'과 '레이'를 위탁생산하고 있는 동희오토는 파리바게뜨와 닮은꼴로 꼽힌다. 동희오토는 국내 유일의 완성차 위탁생산 업체로 서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일부 관리직을 제외한 생산직 대부분이 사내협력사 근로자다.



노동계에서는 만도헬라와 마찬가지로 동희오토를 100% 비정규직 공장으로 분류하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파리바게뜨→가맹점→협력업체→제빵기사의 구조가 기아차→동희오토→협력사→생산근로자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희오토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도 일부 생산 현장에서 사내협력사근로자의 비중이 90%를 넘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납기·품질에 경쟁력을 집중하기 위해 자동차·부품 업계에서는 생산전문사에 생산을 맡기는 것이 보통"이라며 "지금까지는 적법한 도급형태로 인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산업계가 최근 고용부의 판단에서 쟁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사용사업자’ 범위의 확대다. 고용부는 △근무 장소 △정규직과 사내협력사 근로자 혼재 여부와 무관하게 지휘·명령을 하면 파견노동자로 봤다. 여기에는 원청과 직접적 법률관계가 없는 2차하청도 포함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같은 장소에서 혼재 근무하는 것이 불법파견 판단의 핵심이었다"며 "지금은 장소나 혼재근무와 상관없이 지휘·명령 여부만 판단하도록 사용자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품질 관리를 위한 지침과 지휘·명령을 구분하기 힘들어 많은 기업이 불법파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 "경쟁력 약화, 파견 업종 확대해야"= 산업계는 이번 고용부의 판단으로 탄력적 인력운용이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본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생산라인을 구성하면 경쟁력이 약화돼 어쩔 수가 없다"며 "큰 기업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 된다지만 작은 기업은 부담을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제조업계는 배달, 경비원 등 32개로 한정된 파견업종을 제조업으로 확대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독일, 미국, 영국 등 15개국은 파견 사용사유와 기간 제한이 없다.

독일의 경우 2002년 하르츠개혁을 통해 파견 기간제한(24개월)을 폐지하고, 건설업을 제외한 전 업종에 파견을 허용했다. 일본은 2004년 제조업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26개 전문파견업종의 파견기간 규제를 철폐했다.

파견 규제 완화는 일자리 확대로도 이어졌다. 독일은 하르츠개혁 후 5년간 파견근로자수가 2배 증가했고, 일본은 2004년 파견허용 후 파견근로자수가 226만명에서 2006년 320만명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파견근로회사 전문화를 통해 파견근로를 산업계에 정착시키고 있다. 폭스바겐은 자신의 자본으로 인력종합개발회사인 '오토비젼'을 설립,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세아트 등 다른 회사에도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고용의 유연화를 통해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구권으로 이전될 일자리를 성공적으로 독일 내에 유치했다"며 "이는 폭스바겐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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