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명 고용창출했는데 바지사장? 절규하는 파리바게뜨 협력사 대표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세종=유영호 기자 2017.09.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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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판단에 하루아침에 협력사 도산위기… 파리바게뜨 시정명령 미이행시 과태료, 이행하면 인건비 부담 딜레마

서울시내 파리바게뜨 매장/ 사진=뉴시스서울시내 파리바게뜨 매장/ 사진=뉴시스


"18년간 법인세를 내면서 성실하게 회사를 키웠는데 하루 아침에 회사를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됩니까"

파리바게뜨 협력사중 하나인 국제산업의 정홍 대표는 22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18년간 일군 회사가 한순간에 망할 위기에 처했는데 생존을 위해 법적대응을 불사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를 비롯해 협력사 대표 10여명은 21일 고용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의 불법파견과 직접고용 지시를 발표하자 고용부를 항의 방문했다.

파리바게뜨 본부가 고용부 시정명령에 따라 현재 협력사 소속인 제빵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이들은 하루 아침에 회사를 접어야 한다.



이들은 고용부가 제빵기사 전문업체의 역할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파리바게뜨의 위장도급사로, 자신들은 바지사장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 대표는 20년간 제빵회사 샤니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9년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창업 당시 제빵기사들의 처우는 열악했다. 개별 가맹점주에 고용되지만 당시 1인 사업장은 4대 보험이나 퇴직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정 대표는 "파리바게뜨가 성장하려면 역량있는 제빵기사를 양성해야 하고 품질개선을 위해서도 장기근속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회사측에 수차례 건의했다"면서 "미온적이던 파리바게뜨도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고 제 집을 담보로 융자받아 창업하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협력사는 11개로 종사자는 5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정 대표는 "혼자 전국을 커버하기 어려우니 퇴직 임직원들에 창업 권유했고 노하우도 전수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파리바게뜨 본부가 도움을 주거나 하라마라한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용부가 "협력사들은 퇴직 임직원이 설립한 것으로 단순 제빵기사 공급기능만 수행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정 대표는 분개했다. 그는 "어떻게 바지사장이 18년간 회사를 운영하느냐. 10여년 이상 제빵사 육성을 위한 학원도 운영하며 나름 5000여명 이상 고용창출에 기여왔다고 생각했는데 단순 인력사무소로 간주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라고 했다.


그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권한을 넘어 인사 노무관리까지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우리만 해도 본사 관리자 10명과 현장 관리직원 30명이 모든 점포의 제빵기사 근무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면서 "파리바게뜨 본사 품질관리사(QSV)는 가맹점 제빵 품질관리를 위해 점포를 순회하는 사람들인데 왜 그들이 제빵사 출근 체크를 하느냐"고 반박했다. 인사권이나 노무관리는 전적으로 협력사들의 고유권한이며 고용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앞서 고용부가 제빵사 연장근로수당 110억원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에대해서도 반발했다. 협력사들은 공동 입장자료에서 "근무가 끝난 뒤 옷갈아 입으며 퇴근을 준비하는 20~30분의 시간까지도 전부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지난 7월 48억원을 지급했다"면서 "고용부는 근무시작에 앞서 10~30분 먼저 출근한 시간까지 전부 급료를 지급하라는데 이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번 고용부의 시정지시로 인한 파장은 연쇄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파리바게뜨는 법적대응을 포함한 후속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일단 다음주 중 정식공문을 받게 되면 25일 안에 시정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본사 전체 인원(5300명)보다 많은 5378명을 이 기간 내 직접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씩 537억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며 검찰 고발로 이어진다.

시정명령을 이행하더라도 문제가 많다. 연간 최소 1300억원 이상(연봉 2400만원*5378명)으로 추정되는 인건비를 본사가 부담해야 하고 협력사 시절보다 인건비가 상승하는 만큼 제빵사를 도급받는 개별 가맹점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자칫 빵값이 인상돼 소비자에 인건비 부담이 전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본사의 지휘가 있었는지 실체적 판단이 중요하며 인사관리까지 직접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불법파견이 맞다"면서 "불법파견시 직접고용은 파견법에 명시된 것이며 파리바게뜨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 그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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