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원지업계, 원가부담+수급난 '이중고'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7.09.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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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 증가로 글로벌 포장재 수요 급증…국내 폐지 수급 불균형 심화

골판지 원지업계, 원가부담+수급난 '이중고'


국내 골판지 원지업계가 원가 부담에 수급난까지 겹친 '원자재 이중고'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골판지 원지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은 252만7000톤, 출하량은 251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3.1% 늘었다. 그러나 주요 원자재인 폐골판지의 재고량은 꾸준히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폐골판지 재고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9만8000톤으로, 5일치 재고량에 그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10일치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야 안정적인 원지 생산이 가능하다"며 "재고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폐골판지의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 폐골판지 가격은 수도권 공장 도착 기준 지난 7월 kg당 220원으로 전년 동기(150원) 대비 47% 급등했다. 폐골판지 등 폐지 유통시장은 계절적 요인, 제지공장 가동률, 내수경기, 폐지 수출량 등에 따라 물량과 가격이 수시로 급변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폐지 수급이 이처럼 타이트해진 것은 폐지 회수량에는 큰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완성품인 포장재(골판지 박스) 수요가 늘며 폐지 사용량이 급증한 반면, 폐지 수출량이 증가하면서 수요와 공급간 균형이 깨진 때문이라는 게 제지연합회측 설명이다.

제지연합회가 관세청 통관 기준으로 집계한 전체 폐지수출량은 올 1월부터 7월까지 37만781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증가했다. 이 중 폐골판지는 17만2109톤으로 같은 기간 중 62% 급증했다.

폐지 수출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2016년 7월 톤당 132달러, 12월 149달러로 꾸준히 오른 수출 가격은 올 3월 178달러(20만4000원)로 껑충 뛰어오른 뒤 7월 199달러(22만8000원)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제지전문 연구기관 RISI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포장재 산업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폐지 수요 및 가격이 상승추세다. 8월 기준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의 골판지 원지 평균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30%정도 상승했다. 현지 시장 관계자들은 이같은 추세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역시 경기 회복과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포장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지 공장 가동률이 증가해 폐지 가격이 오름세다. 미국산 폐지의 7월 가격은 전년 동기(195달러) 대비 52% 상승한 296달러를 기록했다.

골판지 원지 업계 한 관계자는 "폐지 가격 강세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하반기 수익성 악화에 대한 원지업체들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포장재 수요 호조세가 지속돼 수출 가격이 내수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면 수출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향후 국내 골판지 원지 제품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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