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엔 전기차가 1/3" 완성차 앞지르는 삼성·LG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09.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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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업체 시장 선점으로 주도권 판도 변화 가능성…제조부품 1/100로 줄어 협상력 역전 관측도

"7년 뒤엔 전기차가 1/3" 완성차 앞지르는 삼성·LG


폭스바겐발(發) 디젤게이트 이후 전기차 시장 시계가 빨라지면서 자동차 부품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삼성·LG가 완성차업체를 앞질러 차세대 자동차시장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미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으로 완성차를 만들어낼만한 생산능력을 갖췄다.



LG전자 (92,400원 ▲900 +0.98%)가 전기차 구동모터와 인버터를, LG화학 (403,500원 ▼1,500 -0.37%)은 전기차 배터리를, LG디스플레이 (10,550원 ▲170 +1.64%)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 중이다. LG하우시스 (42,900원 ▲400 +0.94%)LG이노텍 (234,500원 ▲11,000 +4.92%)은 각각 차량용 내·외장재와 차량용 카메라모듈을 만든다.

이들 부품은 전기차의 핵심부품으로 조립만 하면 완성차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사 UBS는 배터리, 구동모터 등 LG그룹 계열사에서 공급한 부품이 GM의 순수전기차 '볼트EV' 제조원가의 56%에 달한다는 분석을 최근 내놨다.



LG보다 한발 늦었지만 삼성 역시 전장사업 강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가 지난해 글로벌 전장업체 하만을 9조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글로벌 메이저업체로 올라섰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된 뒤 커넥티드카 부문에 자율주행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전담할 전략사업조직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3억달러(약 3399억원)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펀드' 조성해 첫 전략적 투자처로 자율주행기업인 TT테크에 7500만유로를 투자하겠다고도 밝혔다.

삼성벤처투자도 독일 다임러 트럭부문과 함께 이스라엘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 기업인 스토어닷에 6000만달러(약 68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측면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전기차 시장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업계에선 주도권 판도 변화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든다. 무엇보다 전기차 특성상 부품업체의 시장 입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연기관을 이용한 현행 자동차의 경우 2000개의 부품이 필요한 반면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은 20개 수준에 그친다. 개별 부품의 기능과 단가가 올라가면서 부품업체의 협상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적잖다는 얘기다.

핵심부품인 배터리나 모터의 경우 대부분 완성차업체가 아닌 부품업체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삼성이나 LG가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완성차업체의 경우 현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차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당장 줄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JP모간은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비율이 2025년 35%, 2030년 48%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65.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은 중국(25만7929대), 유럽(10만8639대)에 이어 10만4178대의 순수 전기차가 판매된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에 285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팩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게 이런 현실 때문"이라며 "당분간 배터리, 구동모터 등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나 자율주행 등 차세대 전장기술을 개발하는 업체가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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