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직장인 B씨(여·28)는 출근 때마다 듣는 팀장의 외모 품평이 너무 심해 이직을 고민 중이다. 팀장은 여직원을 쳐다보면서 "어휴 OO씨는 몸매가 좋아"라고 하거나 여직원들을 위아래로 훑으면서 "얼굴이 부은 것 같다. 살찐 건가?", "머리 왜 잘랐어, 남자 같은데" 등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을 많이 한다. 최근엔 벌레를 보고 소리 지르는 여직원에게 "덩치에 안 어울리게 소리 지르냐"고 나무랐다.
최근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13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및 교육업체 등에 따르면 '칭찬'을 가장한 사내 성희롱과 외모 품평에 불쾌했던 경험이 있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듣기에 불편하지만 문제를 제기하기에 모호한 점이 있어 사내 고발 등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은 없다. 가해자가 어떤 언행을 했느냐보다 그 언행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줬는지가 중요하다. 행위자가 칭찬이라고 주장해도 피해자가 성적 혐오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성희롱 피해 유형은 남녀 간 차이가 있다. 여성은 △성별 관련 업무 능력 비하 △여성성 비하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평가가 많다. 남성은 △본인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음담패설 △음란물을 보여주는 행위 △성관계 강요 및 회유 등 보다 직접적 성희롱과 성추행 사례가 다수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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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주로 남성이다. 남성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 성비는 남성 86.4%, 여성 13.6%로 남자가 많다. 여성에 대한 가해자 성비도 남성 78%, 여성 22%다. 주요 가해자는 간부·임원이 34.6%, 직속 상사가 28.4%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많은 성희롱 피해자들이 적극 대응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의 54%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고 답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로는 '상대방과의 관계 때문'(45.6%), '대응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36.3%),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30.6%) 등이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과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내 신고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남녀 모두 성희롱 행위를 접할 경우 해당 행위가 성희롱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며 "피해자와 목격자 모두에게 접근성이 높은 소통 창구를 설치해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