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믿을 수 없어"…이재용 선고 방청권 추첨, 경쟁률 15대 1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7.08.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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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30석 추첨에 454명 몰려…朴 첫 재판 경쟁률 7.7대 1 뛰어넘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시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 방청권 응모를 하기 위해 법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시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 방청권 응모를 하기 위해 법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와!"
"복권 한장 사셔야겠어요."


50대 A씨는 낮은 감탄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응모권을 머리 위로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악수가 오갔다. A씨는 자리에서 일어서 근처에 있던 지인들에게까지 당첨 사실을 알렸다.

60대 B씨(여)는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순간 믿을 수가 없었다"며 "사람이 이렇게 많이 왔는데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40대 C씨(여)는 흥분한 목소리로 "내가 들어가야지. 그래, 내가 아니면 누가 들어가"라고 말하며 기쁨을 표현했다.



22일 오전 11시 서울회생법원 1호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1심 선고 공판에 대한 방청권 추첨이 진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 등의 선고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열린다.

많은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어림잡아 수백명의 사람들이 응모권을 손에 쥐고 자신의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렸지만 선택을 받은 것은 소수였다. 불만어린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당초 68석∼70석을 일반인들에게 배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30석만이 할당된 탓이다.



법원 관계자가 "사건 관계인과 언론인 배정 등을 이유로 30석에 대해서만 추첨을 하겠다"고 공지하자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한 참가자는 "150명이 들어가는 방청석에 왜 30명만 들어가는지 설명을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 관계자가 "피고인의 가족 및 변호인 등에 대한 좌석을 많이 확보하다보니 일반인 방청석이 많이 줄게 됐다"고 답했지만 방청석에서는 "쓸 데 없는 기자석을 줄여야 된다", "30명이라는 말 없었지 않느냐", "국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추첨은 몇분간 이어진 소란이 진정된 후에야 진행됐다.

이날 추첨은 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30석을 추첨하는 방청권 신청에 454명이 몰려 1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최씨의 첫 재판 방청권 추첨 당시 2.7대 1, 지난 5월 박 전 대통령 첫 재판 방청권 추첨 당시 7.7대 1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방청권 추첨은 오전 10시부터 응모 신청을 받았다. 1시간 동안 응모권을 제출받은 뒤, 11시부터 무작위로 추첨을 하는 방식이었다. 신청할 때 적은 전화번호로 추첨 결과를 연락해준다고 했지만 대다수의 참석자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현장에서 추첨 시작을 기다렸다. 이들은 두런두런 전날 열린 국정농단 관련 재판 이야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참석자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교복을 입고 법원을 찾은 중학생도 보였다. 평일 낮인 만큼 60∼70대 노인들이 가장 많았다. 중학생 김모군(15)은 "어머니의 추천으로 이 곳에 오게 됐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당첨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0대 이모씨는 "현장을 반드시 내 눈으로 보고 싶다"며 "다만 사람이 너무 많이 온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가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당첨된 사람들은 재판 당일 오후 1시30분부터 방청권을 받을 수 있다. 방청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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