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호타이어가 동네 구멍가게인가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7.08.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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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금호타이어와 이해관계가 없는 IB(투자은행) 관계자가 매각 과정을 보며 한 말이다. 그는 "아마추어가 거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M&A(인수·합병) 프로인 KDB산업은행이 왜 이렇게 딜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은과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금호타이어 기업은 해외거래선이 깨지며 망신창이가 됐고, 매각가는 크게 깎였다.



더블스타가 요구하는 16.2%(1547억원)의 할인과 상표권 계약을 위한 우회지원(2700억원)을 감안하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통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5300억원 정도다. 기대한 매각가의 반토막 수준이다.

채권단 일부는 피로감 호소와 함께 차라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매각하는 것이 더 낫다는 목소리를 낸다. 기존에 반대한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이 상황까지 몰리게 된 것은 박 회장의 그룹 재건 욕심이 우선 꼽힐 수 있다. 하지만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산은이 더블스타와 합의한 선행조건이다.

산은은 △금호타이어 상표권 20년간 동일요율 보장 △영업이익 유지를 더블스타에게 약속했다. 상표권을 가진 금호산업과 전혀 상의 없이 상표권을 보장해주면서 채권단은 결론적으로 2700억원의 돈이 추가로 들었다.

영업이익 보장은 월간, 분기별, 누적 기준 영업이익 중 어느 하나라도 전년대비 15% 이상 떨어지면 더블스타가 인수를 철회할 수 있는 조건이다. 처음부터 저자세 계약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SPA를 체결할 당시 이미 타이어업계의 영업이익 저하는 예상되고 있었다.


지난 3월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기자에게 "원가가 너무 올라가 상반기 타이어 기업들이 모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한국타이어는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22.3%, 넥센타이어는 27.6% 떨어졌다. 적자전환한 금호타이어보다는 낫지만 모두 15% 이상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거래가 깨져도 더블스타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 세계 34위의 더블스타가 14위인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면서 전세계에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를 누렸다. 실사비용(매각가의 1%)도 돌려받는다.

매각이 진행되면서 채권단은 정치권과 노동계, 산업계에서 돈만 쫓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었다. 가능한 높은 이익을 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비판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지금 시간과 돈, 모두를 잃고 있다.
[기자수첩]금호타이어가 동네 구멍가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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