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와 이해관계가 없는 IB(투자은행) 관계자가 매각 과정을 보며 한 말이다. 그는 "아마추어가 거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M&A(인수·합병) 프로인 KDB산업은행이 왜 이렇게 딜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산은과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금호타이어 기업은 해외거래선이 깨지며 망신창이가 됐고, 매각가는 크게 깎였다.
채권단 일부는 피로감 호소와 함께 차라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매각하는 것이 더 낫다는 목소리를 낸다. 기존에 반대한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산은은 △금호타이어 상표권 20년간 동일요율 보장 △영업이익 유지를 더블스타에게 약속했다. 상표권을 가진 금호산업과 전혀 상의 없이 상표권을 보장해주면서 채권단은 결론적으로 2700억원의 돈이 추가로 들었다.
영업이익 보장은 월간, 분기별, 누적 기준 영업이익 중 어느 하나라도 전년대비 15% 이상 떨어지면 더블스타가 인수를 철회할 수 있는 조건이다. 처음부터 저자세 계약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SPA를 체결할 당시 이미 타이어업계의 영업이익 저하는 예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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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기자에게 "원가가 너무 올라가 상반기 타이어 기업들이 모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한국타이어는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22.3%, 넥센타이어는 27.6% 떨어졌다. 적자전환한 금호타이어보다는 낫지만 모두 15% 이상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거래가 깨져도 더블스타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 세계 34위의 더블스타가 14위인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면서 전세계에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를 누렸다. 실사비용(매각가의 1%)도 돌려받는다.
매각이 진행되면서 채권단은 정치권과 노동계, 산업계에서 돈만 쫓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들었다. 가능한 높은 이익을 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비판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지금 시간과 돈, 모두를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