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퍼지는 '케미포비아'…"친환경 인증? 못믿겠다"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7.08.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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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생활용품 등 각종 친환경 마크에도 의심…"화학물질 평가 방식 다양화 필요"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1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판매대에 판매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사진=홍봉진 기자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1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판매대에 판매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사진=홍봉진 기자


살충제 계란 사태로 '친환경' 마크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탓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발생했던 '케미포비아'(생활 화학제품 사용을 꺼리는 현상)가 다시 확산되는 조짐이다.

주부 차연수씨(가명·33)는 자주 가던 친환경 제품 가게에 문제가 없는지 물어봤다. 차씨는 16일 "친환경 물품만 파는 가게지만 그곳에서 산 계란들을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먹거리는 물론 각종 생활 제품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다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틀 사이 화학제품을 우려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중이다. '친환경 제품을 믿을 수 있냐'는 글에 회의적인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식이다. 정부 관리·감독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케미포비아가 번지고 친환경 마크에 대한 불신도 퍼지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각 인증제 기준 자체는 해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가지 방식으로만 평가하거나 부처 간 업무 연결성이 떨어져 제품이 소비자 손에 들어오기까지 정부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새 정부의 100대 과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제품에 대한 철저한 위해성 평가' 등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근본적으로는 국내 화학제품 평가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화학제품 평가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환경 보건 모니터링'과 같은 화학제품에 대한 추가적 평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물질 자체의 유해성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병할 수 있는 당뇨 등 각종 질환을 기준으로 화학제품의 안정성을 따지는 등 평가 방식을 입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 교수는 "생활형 화학제품의 악영향이 최근에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며 "현재 입증된 독성 영향 정보만 토대로 화학물질 사용 여부와 사용량 등을 규제하는 기존 '위해성 평가'만으로 국민 안전을 지키기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다방면에서 화학물질의 위험도를 측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해 식료품 파동 등 반복되는 생활안전 위협 사태를 맞아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소비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 인식 변화가 다시 제도 변화를 이끄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친환경인 척하는 제품, 즉 소위 '그린워싱'을 가려내는 소비습관이다. 예컨대 그린워싱 유형에는 최소한의 안전기준인 KC 인증(국가통합인증마크·의무표시)을 근거로 친환경 자재라고 광고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일종의 뻔한 생색내기다. 화학제품이 포함됐지만 적은 양이라는 이유로 '무'(無) '노'(No) '프리'(Free) 등 단어를 붙여 광고하는 그린워싱 제품도 많다.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시장연구팀 팀장은 "광고성 문구와 실제 인증 마크를 정확히 따져보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내용을 판매원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정부의 관리·감독과 함께 소비자들도 물건을 고를 때 더 경각심을 갖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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