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40분간 통화하고 최근 북미간 대치상황과 관련, 한미 양국이 취해나갈 단계적 조치를 투명하게 공조해나간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다만 청와대는 '단계적 조치'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의 이 같은 신중한 스탠스는 북미 사이에 말을 섞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상황인식 자체가 안일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북한이 미국이란 국가에 대해 핵무기로 직접 타격하겠다고 사상 초유의, 미증유의 고강도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련도 여기까진 안 왔다"며 "내부결속용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실제 괌에 발사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과 강대강 구도 유지를 위해 고강도 도발을 계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어둠이 짙어지면 새벽이 온다고 북미간 말싸움이 주먹다툼으로 가기 전 갑자기 풀리는 국면전환의 계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판을 먼저 읽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아가야지, 미국이 괌에 미사일 4발을 못 쏘게 해야겠다며 북한에 밀사나 특사를 보내면 이미 상황은 끝난 것이다. 베를린구상의 시동이 꺼지는 것이고 앞으로 4년9개월 우리 대북정책 없이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응상대를 미국으로 잡고 있는 이상 우리에게 수단이 별로 없는 것은 맞지만 비핵화에서 한국의 주도권 노력을 포기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의 현재 핵·미사일 능력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창의적인 선제대응을 하는 것만이 현재의 안보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대화테이블에 앉히려면 제의만 할 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과의 대화 등 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할 만한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능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핵심 당사자로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를 선언해 미국과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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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을 겨누고 깡패들이 주변에 깔렸는데 우리만 모범생처럼 미국, 중국 말을 다 들을 순 없다"라며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가 되기 위해선 자동차를 움직일 레버리지를 확보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장에 성공하면 핵잠수함 도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살 길을 찾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