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軍인성교육, 간부도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2017.08.0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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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軍인성교육, 간부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안전과 안보 상황은 매우 긴박하고 불투명하다. 물론 셀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과 그 극복의 과정으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의 역사를 고려하면 이 문제가 어제오늘 얘기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우리는 대외적으로는 북한을 포함한 몇몇 주변국과 심각한 긴장 상태에 놓여 있고 대내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효과적 방안을 놓고 이견이 많다. 이 수상한 시기에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첫 번째 책임을 지는 조직이 바로 군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상황에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비난과 분노를 촉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 자신의 공관병에게 보인 탈법적이고 위법적인 행태다. 이것이 한 병사가 저지른 사건이라면 군과 같은 거대조직에서 늘 있기 마련인 특이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어떻게 그런 인성의 소유자가 최고의 자리까지 승승장구할 수 있었는지 우리 군의 시스템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단편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인성교육에 관한 법까지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나 군에서조차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그런 상태로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 있다. 반면 이번 사건은 건전한 조직을 구현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제1요인이 바로 그 구성원들의 성숙한 인성이라는 점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례다. 인성이란 바로 특정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성품이기 때문이다.

군에서 인성교육이 그 첫발을 내디딘 것은 고작 수년 전이며 그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도 여전하다. 인성교육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투자한 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의심스럽고 그래서 그 비용으로 첨단무기를 구매하는 것이 전투력 향상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때로 그들은 강한 군대에 필요한 첨단의 장비도 갖추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인성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사치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흥미롭게도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군 내부에서도 힘없는 병사들이 아니라 나름 말발이나 먹히는 간부들이다. 그들의 주장 이면을 보면 우리 군의 지휘관들은 인성적으로 꽤 성숙하다고 당연히 가정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 이와 같은 가정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군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위계적 특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지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이 성숙한 인성의 소유자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군에서 인성교육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점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인성교육 대상에 병사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포함하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본질이 개인적인 욕구를 억제하고 군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성품을 기르는 것인데, 이와 같은 성품은 병사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조직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병사들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눈에 결코 공정한 처사로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군 역시 과거의 폐단을 없애고 건전한 문화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이러한 시도가 단지 특권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 근거한다거나 몇몇 책임자의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사고에 따른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고 단기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 전투력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한 다음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군에 대한 인성교육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병사와 간부들에게 필요한 인성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그 다음 그런 인성을 함양하는 데 방해가 되는 구조적, 상황적, 개인적 문제를 파악해서 그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군인들의 인성함양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빠른 결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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