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 10년'…전 세계 금융권, 美 당국에 과징금 170조원 물어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7.08.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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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조사…BofA가 전체 3분의 1인 560억 달러 부과 받아

'서브프라임 사태 10년'…전 세계 금융권, 美 당국에 과징금 170조원 물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후 10년간 전 세계 금융사들이 미국 당국에 낸 과징금이 1500억 달러(약 170조 원)에 달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했다.

FT가 은행·신용평가사·기타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사들이 미국 법무부와 규제 당국에 금융위기와 관련해 낸 과징금이 15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890억 달러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불완전 판매로 인한 것이었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문 금융사는 전체의 3분의 1인 560억 달러를 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다. BofA는 컨트리와이드와 메릴린치 등 인수한 금융사들과 관련한 과징금도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지불액이 컸다. BofA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장가치가 급락한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를 2008년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 투자은행 메릴린치도 사들였다.

두 번째로 많은 벌금을 문 곳은 270억 달러를 낸 JP모간이다. JP모간은 당시 금융위기 진원지 중 한 곳이었던 베어스턴스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요청으로 인수했고 헐값에 나온 워싱턴뮤추얼도 사들였다. 미국 씨티그룹, 영국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은 100억 달러 이상의 과징금을 물었다.



여기에 금융위기와 관련한 수사와 법정공방이 아직 이어지고 있어 총 금액은 1500억 달러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MB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치가 급락하며 촉발됐다. 당시 금융권은 미국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 모기지를 남발했다. 2006년 7월 미국 주택가격이 고점에 달한 뒤 2007년 2월7일 HSBC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과 관련한 손실을 발표하면서 불안한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됐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급상승하면서 2007년 4월 미국의 모기지 업체 뉴센트리파이낸셜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같은 해 6월 MBS에 투자했던 2개의 베어스턴스 헤지펀드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글로벌 금융사에 본격적으로 전염된다.


2007년 8월 BNP파리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한 펀드들을 차단하자,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이 948억 유로의 유동성을 은행 시스템에 주입한다.

금융사들은 금융위기에서 상당히 회복됐으나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되는 등 금융산업의 근간을 뒤바꿔 놨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저금리와 저성장이 본격화하는 등 시장과 경제 전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영화한 영국 은행 노던록의 아담 애플가드 CEO(최고경영자)는 훗날 BNP파리바의 유동성 위기와 ECB의 조치가 내려진 이 날을 "세계가 바뀐 날"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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