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서울 광화문 한 건물의 출입구에 우산 비닐커버 포장기가 설치돼 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비닐 우산을 구입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뉴시스
이날 오후 12시15분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에서는 손님들이 우산 비닐커버를 뜯고 있었다. 약 10분간 손님들이 뜯어간 우산 비닐커버는 20개. 30초에 1개씩 우산 비닐커버를 사용한 셈이다. 비닐커버에 우산을 씌우려다 잘 안돼 바닥에 버리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 손님 이모씨(22)는 "옷에 젖는 것이 싫어 비닐커버를 쓴다"며 "쓰레기가 많이 나오긴 할 것 같은데 별로 신경은 안 쓴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에서 한 직원이 우산 비닐커버 등이 담긴 쓰레기 봉지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일회용 우산을 쓰고 다니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40)는 "기상청 예보가 안맞을 때마다 일회용 우산을 하나씩 사는 것 같다"며 "맨날 사고 잃어버리고 망가져서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오는 우산 관련 쓰레기는 심각한 실정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우산 비닐커버의 연간 소비량이 약 1억장에 달한다. 우산 비닐커버의 90%는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되지 않고 그냥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대상도 아니라 뾰족히 막을 방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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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대 한 건물에 설치된 우산 비닐커버 포장기. 인근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우산 비닐커버가 나뒹굴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이로 인한 환경 오염 피해도 심각하다. 우산 비닐커버의 원료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이기 때문에 땅 속에 매립할 경우 썩는 데 10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각하면 다이옥신 등 유해 성분을 배출하고 온실가스 메탄 등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산 비닐커버를 자발적으로 줄이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대신 빗물제거기 등의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다효 자원순환사회연대 연구원은 "해외에서는 법적 규제를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어 일단 캠페인·홍보를 위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공공기관 14곳을 대상으로 우산 비닐커버를 쓰지 않겠다는 협약을 했고, 대안으로 빗물 제거기 등을 쓰도록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고장난 우산을 버리지 않고 고쳐쓰는 방법도 있다. 서초구에서는 2003년부터 우산을 고쳐주는 '우산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리비는 전부 무료다. 매년 평균 1만여개의 우산·양산이 수리센터에서 고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