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년을 살아남은 패션…청바지에 담긴 인류학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7.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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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청바지 인류학'…천막·광부 작업복서 평등의 상징-친환경 재료까지

160년을 살아남은 패션…청바지에 담긴 인류학


1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흥망성쇠라는 큰 굴곡 없이 전 세계적으로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패션이 있다. 바로 청바지다.

1850년 미국의 천막 천 생산업자였던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해진 바지를 꿰매는 광부들을 보면서 천으로 바지를 만들면 잘 닳지 않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천막 바지는 광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옷감을 데님으로 바꾸고 파란 염색을 한 것이 오늘날 청바지다.

청바지는 복식 문화사에서 독특한 지위를 가진다. 자본주의적인 생산물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중시하는 히피 문화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쳥바지의 출발은 ‘작업복’이었으나 미국 대공황 시기 반자본주의인 평등주의와 고통 분담의 상징이 되면서 ‘패션’으로 거듭났다. 이후 인도 등 보수적인 문화권에서는 사회 미풍양속을 해치는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청바지 저항’ 운동까지 발생했다.



오늘날 청바지는 친환경 재생사업의 일부이자 자선사업과 기부활동의 표상으로 진화 중이다. 매년 엄청난 수의 청바지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클리핑(마름질하고 남은 부분들)도 발생한다. 하지만 데님 폐원단은 버려지지 않고 부직포 단열재인 ‘울트라 터치’로 재생산된다. 발암물질과 포름알데히드가 없어 친환경적 집짓기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청바지는 현대 세계의 이율배반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그러한 이해를 통해 모순과 함께 모순을 살아가려고 몸부림치는 수단이자 집단적 문제의 개인적 해결 방식을 보여주는 수단이다.”(41쪽)



◇청바지 인류학=다니엘 밀러·소피 우드워드 지음. 오창현·이하연·박다정 옮김. 눌민 펴냄. 368쪽 /2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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