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치솟는 가계부채, 네 가지 현안과 대응방안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7.07.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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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기고]치솟는 가계부채, 네 가지 현안과 대응방안


치솟는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또 카드사태, 저축은행사태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겪은 국민들 마음속에 위기의 트라우마가 자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큰 위험이 다가오는 것일까. 정부가 다음달 내놓기로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과연 문제 해결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담겨 있을까.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통으로 이해된다. IMF 위기 이후 기업금융 부실을 털어낸 금융권은 가계금융 분야로 눈을 돌렸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카드 대출이 급증하면서 카드사태가 불거지더니 일단락된 후 부동산대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규격화, 표준화된 아파트를 담보로 설정해 안전수익이 보장되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지난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한 것이 주담대를 크게 확대했고 전월세 대출 역시 급증했다. 조기 은퇴한 베이비부머 계층의 자영업 진출이 자영업 대출 증가를 초래했으며 서민층 생계비 대출 또한 증가하면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었다.

문제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계부채가 왜 문제인지 네 가지로 살펴보고 대응방안을 모색해봤다.



첫째,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처분소득 증가 속도를 초과하는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위기 발생은 시간 문제다. 따라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거나 가처분소득 증가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당연히 전자 쪽이 쉽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대출총량관리제가 설득력을 지닌다. 총량관리란 가계부채 총규모 증가세를 관리한다는 뜻인데 추진 방법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면 오히려 위기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지표를 가계대출 관리 수단으로 사용키로 한 것도 적절해 보인다. DSR은 개인의 대출 상환역량을 측정하는 지표인데 이를 여신공여 기준으로 삼아 강약을 조절함으로써 가계부채 총량이 처분가능소득의 150% 수준을 유지하도록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소비를 억제해 내수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가계부채 증가가 부동산 투자와 소비로 이어져 경기 활성화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상환이 시작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줄고 경기에 부정적 영향이 심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 확대가 절실하다. 관련해서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포함해 다양한 소득 증대 방안 추진을 예고했고 장기 소액 연체채권 정리와 신용회복 지원 등 채무자들의 경제적 활동도 뒷받침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영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금 및 컨설팅 지원 프로젝트도 추진을 고려해 봄직하다.

셋째, 가계대출 증가는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에 버블을 창출할 수 있고 이게 꺼지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이런 사례가 다수 발견된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투기꾼들이 주택가격을 올려 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어렵게 만든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시장조성 기능을 옹호하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는 보유세 인상을 통한 조정이 상책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공급이 제한돼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의 거주를 원해도 그 지역에만 공급 확대를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혜택을 보는 사람과 배제되는 사람이 생기는데, 세금을 통한 해결이 상책인 것이다. 물론 주거 수요 충족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

끝으로 은행권의 지나친 주담대 의존은 금융중개 기능의 약화를 초래한다. 최근 발표된 올 상반기 은행권의 수조원대 이익은 실제로는 한국 경제에 나쁜 소식이다. 주담대에 집착해 중소기업 대출 등 차세대 먹거리 육성과 지원에 소홀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주담대의 단맛에 취한 사이 중소기업들은 제2금융권으로 내몰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고금리를 지불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부채 대손충당금 추가 설정을 요구함으로써 가계부채 유인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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