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7년산' 둔갑한 무연산위스키…골든블루의 도넘은 상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2017.07.21 04:20
글자크기

유흥업소 메뉴판·홍보배너 등에 '17년산 위스키' 표기 제작지원 의혹

-'사피루스=12년산급, 다이아몬드=17년산급' 마케팅 근거없어
-수십억 적자 단번에 흑자전환…매출 50% 늘었는데 이익은 2배 껑충
-무연산 위스키에 연산 마케팅, 소비자 혼란·오인 소지 큰 것도 문제

지난 18일 오후 수도권의 한 유흥업소 입구.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를 17년산 위스키로 홍보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다./사진=이기범 기자지난 18일 오후 수도권의 한 유흥업소 입구.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를 17년산 위스키로 홍보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무연산(최소 숙성 연한을 표기하지 않은) 위스키인 골든블루가 유흥업소에서 '12년산', '17년산' 등 연산 위스키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제조사인 골든블루가 일부 유흥업소에 자사 제품을 연산 위스키인 것처럼 표기한 메뉴판과 홍보배너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불법영업을 지원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토종 위스키업체인 골든블루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12년산·17년산 위스키 생산을 중단, 무연산 제품(골든블루 사피루스·다이아몬드)으로 전환했지만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국 상당수 유흥업소에서 연산 위스키로 판매되고 있다.



◇17년산으로 둔갑한 무연산…본사 불법영업 지원의혹=골든블루는 2009년 브랜드 론칭 당시에는 12년산, 17년산 위스키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위스키 원액 수급이 쉽지 않은데다 매년 수십억원씩 영업적자가 쌓이자 연산 제품 출시를 포기하고 무연산 제품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위스키는 크게 연산과 무연산으로 나뉜다.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발렌타인 17년산'의 경우 위스키 원액의 최소 숙성 연한이 17년이라는 의미로 브랜드 뒤에 숫자를 표기한 연산 위스키다. 골든블루 사피루스나 다이아몬드처럼 숫자가 없는 제품은 대부분 영국 스카치위스키 법령 최소기준인 숙성기간 3년 이상 원액을 사용해 만든 제품들로 무연산으로 분류한다. 골든블루도 리뉴얼 제품에 '3년산', '5년산' 등을 써붙일 수 있지만 굳이 연산을 표기하지 않은 것은 낮은 숫자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골든블루는 제품 이름에서 연산을 지우는 대신 사피루스가 12년산, 다이아몬드가 17년산과 같은 수준의 프리미엄 위스키라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기존 연산 위스키와는 최소 숙성연한에 큰 차이가 있는데도 골든블루 영업사원들이 유흥업소를 돌며 "기존 12년산, 17년산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라고 홍보하면서 칵테일바·룸살롱 등 유흥 주류시장에선 '사피루스=12년산', '다이아몬드=17년산'이라는 공식이 굳어졌다.

이는 메뉴판과 홍보배너에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17년', '골든블루 사피루스 12년' 등으로 표기, 실제 연산 위스키와 같은 가격대에 판매되는 등 소비자 기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흥업소에서 사용하는 메뉴판이나 제품 홍보배너 등은 주류 제조업체가 지원하는 대표 물품이어서 골든블루 본사가 이 같은 혼란을 조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골든블루 관계자는 "유흥업소에 메뉴판이나 홍보배너를 제작 지원한 적은 있지만 연산을 표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술집 업주가 연산을 표기해 직접 메뉴판을 만든 경우는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칵테일바 사장은 "메뉴판·홍보배너 제작 방식이나 교체 주기는 유흥업소마다 다르지만 비용은 주류 제조사들이 지불한다"며 "업주가 직접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제조사가 비용을 내기 때문에 사전 검토를 받게 돼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술집에 갔는데 메뉴판에 골든블루 마크가 찍혀 있다면 100% 골든블루가 비용을 지불해 만든 것"이라며 "메뉴판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데도 17년산 위스키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독] '17년산' 둔갑한 무연산위스키…골든블루의 도넘은 상술
◇무연산 전환 1년만에 흑자전환…"소비자 기만, 도 넘었다"=제조업체 입장에선 원액 수급이 수월하고 원가가 낮은 무연산 위스키를 판매하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 골든블루도 12년산, 17년산 위스키를 판매할 때는 매년 수십억원씩 영업손실이 났지만 무연산 제품으로 전환한 지 1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2012년 매출액 222억원에 영업손실 38억원이던 실적은 2013년 매출액 444억원에 영업이익 3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원가가 높은 17년산 위스키까지 무연산으로 대체한 다음해 영업이익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2015년 매출액은 1141억원으로 전년보다 5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2배에 가까운 91.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골든블루가 무연산 제품을 연산화하는 수법으로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상술을 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업체 관계자는 "두 제품(사피루스·다이아몬드)의 최소 숙성연한이나 차이점을 공개하지도 못하면서 12년산급, 17년산급이라고 홍보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실제 술이 판매되는 현장에서는 무연산인 골든블루가 12년산, 17년산 위스키로 은근히 지원하고 묵인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B업체 관계자는 "국세청이 주류세 위반이나 가짜 위스키 판별 외에 허위표기 단속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 같다"며 "제품 전면에 무연산, 기타주류 등 표기를 의무화하도록 국세청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골든블루 관계자는 "골든블루가 급성장한 것은 수년간 펼친 마케팅 활동이 시장에서 먹혔기 때문"이라며 "가치가 없는 제품이라면 벌써 사라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 구매결정에 중요한 사항을 은폐하거나 누락했을 경우 표시광고법 위반인 만큼 조사에 나설 수 있다"며 "특히 소비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다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처분 등 행정제재는 물론 중대한 법위반으로 판단되면 검찰에 고발해 최대 2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든블루 무연산 제품을 12년산, 17년산 위스키로 표기한 유흥업소 메뉴판과 홍보물. 메뉴판 중앙에 찍힌 브랜드 마크 등을 미뤄볼 때 골든블루 본사가 비용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골든블루 무연산 제품을 12년산, 17년산 위스키로 표기한 유흥업소 메뉴판과 홍보물. 메뉴판 중앙에 찍힌 브랜드 마크 등을 미뤄볼 때 골든블루 본사가 비용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