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 "지주전환, 오너 경영권엔 마이너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7.07.18 14:28
글자크기

방 부사장 "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금융지주전환 아이디어 내…李 부회장 의지라는 이야기 한 사실 없어"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사진=뉴스1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사진=뉴스1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계획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에는 오히려 마이너스였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사업적 목적에 의한 것일 뿐 이 부회장의 의지와도 무관했다는 진술이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징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 방영민 삼성생명 (88,900원 ▼6,100 -6.42%)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시 보유 중이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측면 등)에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5조900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지분 약 3.2%를 매각하게 될 경우 주력 계열사(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뜻에서다.

방 부사장은 "삼성생명의 대주주 측 지분율은 현재도 50%가 넘는다"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이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금융위 일부에서 나왔던) 설은 오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방 부사장은 이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추진은 사업적 목적에 의해 진행됐음을 강조했다. 그는 "2013년 말 삼성생명 부사장으로 취임해 처음 받은 업무보고가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2 단계 도입에 관한 건이었다"며 "충격적 내용"이었다고 회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0~2021년 IFRS4 2단계가 도입될 예정이었고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삼성생명이 확충해야 할 자본은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계산됐다. 현행법상 보험사의 형태로는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의 조건도 까다로운 반면 금융지주회사 전환시 자본조달의 통로가 더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방 부사장은 "2015년 10월쯤 이를 대응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내부적으로 꾸렸고 같은 해 말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에게도 금융지주회사 전환계획을 전달했다"며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과 협의해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검 측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오너일가 지배구조 강화가 목적이었고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을 공여한 부정한 청탁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이 금융위 관계자와 만남을 추진한 것을 근거 중 하나로 봤다.

방 부사장은 이에 대해 "당시 미래전략실 소속 이모 전무가 금융위원회 손병두 국장과 행정고시 동기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 큰 틀(Frame)을 전달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추진한 것은 본인이 맞지만 시작단계에서부터 나설 경우 언론에 노출될 수 있음도 우려됐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2016년 1월 초 금융위원회 측과 만남을 갖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 검토 계획안을 전달·검토 의뢰했고 이후 양 측은 수 차례 실무 논의를 거친 끝에 4월쯤 삼성생명이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잠정 보류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당시 대규모 삼성전자 지분 처분을 어떻게 할 지의 문제, 현금 3조원을 포함한 삼성생명의 자산 이전 문제 등을 두고 삼성 측과 금융당국 사이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대로라면 삼성생명 측은 2016년 말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마치고 2~3년 내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었다.

방 부사장은 특검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원안계획을 고수하면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도 적극 피력했다.

방 부사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을 때 전환계약 신청서를 내기 전에 사전 협의를 먼저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사전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의 의지로 원안대로 신청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변호인 측 물음에 "전혀 아니다"라며 "그런 이야기를 할 상황도 아니었고 들은 이야기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는 앞선 공판에서 김모 금융위 과장의 "방 부사장과 지난해 3월 만남 당시 삼성 측이 무리하게 원안을 밀어붙인다기보다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증언과도 일치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