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나온 듯한 소재인데도 전혀 다르게 읽히는 그의 작품들은 흥미와 긴장으로 시작해 알 수 없는 환상의 세계에 이끌리다 각성이나 철학적 논쟁의 결론과 마주하기 일쑤다.
단순한 장르 문학 너머의 세계를 꿈꾸는 그가 4년 만에 두 번째 장편 ‘저 이승의 선지자’를 내놨다. 이번엔 ‘사후세계’가 주요 소재다. 인간의 생존 관점에서 저승이 사후이지만, 사후 세계 입장에선 저승이 ‘저쪽 이승’인 셈이다. 작가는 “사후세계를 과학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탁월한 상상력과 순 문학에 버금가는 글쓰기로 2004년 데뷔때부터 이름을 날린 김보영 작가가 최근 두번째 장편소설 '저 이승의 선지자'를 내놓았다. 사후세계를 소재로 주신과 젊은 신의 대결을 통해 균형의 가치를 모색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전언이다.
내용은 이렇다. 세계 창조자이자 선지자인 나반은 자신이 분리한 신체를 이용해 인격체 아만을 창조하고, 두 선지자는 거듭된 실험을 통해 하계(이승)를 만든다. 하계에서 인간이라는 인격체를 만드는 데 성공한 뒤 나반과 아만은 반목이 시작된다. 아만이 인간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독립적 삶을 보장하는 데 비해, 나반은 명계의 개별체가 하계를 수행의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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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에서 작가가 주목하는 건 갈등을 통한 균형이다. “거의 모든 신화에서 신과 인간은 대립적이었죠.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왕따’였고, 예수도 마찬가지였고요. 노자가 ‘신들은 인간을 짚으로 만든 인형으로 본다’고 했는데,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세계 전체의 방향성을 보느라 개인의 고통과 삶은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이보다 근시안적 사고를 하는 젊은 신들은 인간을 더 사랑하고 신뢰하지 않을까요. 제 소설에서도 이런 대립 속 균형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들이 나라는 착각에 대한 비극, 그들이 나와 다르다는 차이에 대한 비극 모두 작가가 중요하게 판단하는 균형의 틀이다. 작가는 “우리가 여러 면에서 섞여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진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운 그는 탁월한 상상력과 글쓰기에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꿈의 속도를 늦춰야 했다. SF 장르를 취급하는 출판사도, 시스템도 2000년 이전에는 찾기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게임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소설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다른 방향의 글쓰기가 너무 재미없었기 때문. 한 곳만 바라보는 열정과 멈추지 않은 끼로 그는 내는 작품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 당선은 물론, 영화 ‘설국열차’ 과학 자문을 맡을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SF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SF는 지식 수용성 때문에 지식인이 제1 독자이고, 사고의 유연성으로 아이들이 제2 독자”라며 “어릴 때부터 SF와 친해질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저 이승의 선지자=김보영 지음. 아작 펴냄. 266쪽/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