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4대 은행 '입찰서류 바꿔치기' 조사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7.07.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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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파악해 필요한 조치내릴 것"…검찰도 자료 확보해 수사 검토

A은행이 2012년 3월9일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 집행부에 ‘이주비 등 대출 금융제안서’(좌)를 냈다가 제출기한을 넘긴 3월12일 '3월9일' 날짜가 찍힌 새 제안서(우)로 바꿔치기를 했다.A은행이 2012년 3월9일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 집행부에 ‘이주비 등 대출 금융제안서’(좌)를 냈다가 제출기한을 넘긴 3월12일 '3월9일' 날짜가 찍힌 새 제안서(우)로 바꿔치기를 했다.


금융감독원이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NH농협은행)의 '입찰서류 바꿔치기'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4대 은행이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장(가락시영)의 2조원대 대출 일감을 따내는 과정에서 문서 변조 등 규정 위반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검찰도 은행의 불법행위 여부에 대해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본지 7월7일 보도 [단독]4대 은행, '입찰서류 바꿔치기' 2조 대출 수주 참고)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의 2012년 가락시영 입찰서류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확인 결과 구조적 문제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금감원은 법리검토를 거쳐 추가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에 대한 검사,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등을 실시할 수 있다.

해당 은행들은 금감원에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이 안 난다"거나 "연관된 서류들이 남아 있지 않고 담당자가 퇴사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 간에 정당한 경쟁 문제인지 아니면 경쟁 과정상 위규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라며 "이후 계획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가락시영의 비리 혐의를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성상헌)도 본지 보도 이후 관련 내용에 대한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바꿔치기' 정황을 인지하고 근거자료도 확보한 상태다.

4대 은행은 2012년 3월 가락시영 조합 집행부와 결탁해 입찰 제안서 마감일을 넘긴 시점에 이미 앞서 접수한 제안서의 내용을 슬쩍 고쳤다. 기존에는 "정상 이주 때 대출할 수 있다"고 했다가 비정상적 선(先)이주 때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바꿨다. 선이주는 집행부가 원하는 것이었다. 은행들은 이후 2조1000억원 규모의 이주비 대출(사업비 대출 포함)을 유치했고 실제 선이주가 시작됐다.

서울시 등이 "조합원들에게 재산피해가 간다"며 선이주에 제동을 걸었지만 집행부는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선이주는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줬다. 피해액은 1300억원가량(2008년 1차 선이주 제외)이라는 게 조합 안팎의 계산이다. 선이주로 지불된 총 이자에서 정상 이주를 가정했을 때 총 이자를 뺀 금액이다.

재건축 관련 업무 경험이 많은 여러 변호사와 익명을 요구한 관계당국 실무자들은 "입찰서류 바꿔치기가 사실이라면 책임자들에게 최소한 입찰방해죄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배임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락시영은 전국 최대 규모의 재건축 프로젝트다. 삼성물산 (150,100원 ▲100 +0.07%)현대건설 (35,450원 ▲50 +0.14%), 현대산업 (8,770원 ▼40 -0.45%)개발이 2018년 말까지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아파트 6600가구를 허물고 9500여 가구를 새로 짓는다. 사업비는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가락시영은 2003년 조합 설립 이후 끊임없이 각종 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조합장 김모씨(57·구속기소)는 지난해 뇌물 혐의로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구속돼 2심 재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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