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비'가 아닐 텐데 왜 '호우'일까?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7.06.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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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77. 호탕하다 등에 쓰이는 말 호(豪)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좋은 비'가 아닐 텐데 왜 '호우'일까?


깊은 가뭄 끝에 최근 단비가 내렸습니다. 지역에 따라 내린 비의 양이 크게 달라 가뭄 해소에는 모자란 곳도 많다고 합니다. 어떤 지역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는데요. 여름이 되면 기사로 자주 접하는 말 '호우'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기상청에 따르면 '호우 주의보'는 6시간 강우량 70㎜ 이상, 12시간 강우량 110㎜ 이상이 예상될 때, '호우 경보'는 6시간 강우량 110㎜ 이상, 12시간 강우량 180㎜ 이상이 예상될 때 발표됩니다. 사전을 뒤져보지 않아도 호우는 좋은 비(好雨)가 아니라 많이 내린 비이겠구나 하는 느낌은 드는데요.



호우(豪雨)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비'로 나옵니다. 여기서 '호'는 좋다는 뜻의 호(好)가 아니라 흔히 호탕하다고 말할 때처럼 기운이 세거나, 거드름 피운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호걸'은 지혜·용기가 뛰어나고 기개 있는 사람을 말하고, '호기롭다'는 건 씩씩하고 거리낌 없다는 뜻입니다. '호언장담'은 호기롭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고, 호사를 누린다고 할 때의 '호사'는 호화롭게 사치한다는 뜻입니다.



위의 여러 낱말과 달리 호우는 어딘지 좀 다른 느낌입니다. 씩씩한 비가 아니라 부정적인 뜻으로 쓰니 더 어색합니다. 사실 일상에서 비가 많이 내릴 때 "호우가 온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요. 날씨 용어로 이 말이 꼭 필요한 걸까요.

국어사전에서는 호우(豪雨) 대신 쉬운 말인 '큰비'를 쓸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지난 2015년 "일본식 한자어 20개를 순화"하며 이 말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쉬운 말이라고 해서 공적인 곳에 쓰면 안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중 비와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말은 무엇일까요?
1. 여우비 2. 누리
3. 먼지잼 4. 소나기


'좋은 비'가 아닐 텐데 왜 '호우'일까?
정답은 2번. 누리는 우박과 같은 말입니다.
여우비는 햇볕이 드는 날 잠깐 내리는 비. 먼지잼('잼'은 재움의 뜻)은 비가 먼지나 날리지 않을 만큼 조금 오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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