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태원 SK회장의 자신감, 그리고 관심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7.06.2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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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억원 추가 지원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우린 걸릴 게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섰다. 현장에 나온 SK 관계자들의 모습은 그리 걱정돼 보이지 않았다. 여느 기업 홍보팀이 총수가 법정에 출두할 때마다 불안한 표정을 지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전달된 89억원 추가 지원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죄에 걸릴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8시간여동안 증인석에 앉은 최 회장 역시 자신 있는 대답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16일 삼청동의 양옥집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했으며, 역대 대통령 중 이런식의 독대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독대에 앞서 안종범 전 수석은 건의사항 준비를 요구했고, 독대 자리서 최 회장이 꺼낸 세가지 현안은 동생 최재원 전 수석부회장의 사면, CJ헬로비전 입수합병, 워커힐 면세점 특허 갱신이었다.



이날 최 회장이 가장 머뭇거렸던 얘기는 동생 일이었다. 최 회장은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고 인삿말을 건넸고, 박 전 대통령이 별다른 대답이 없자 더이상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밖에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선 "빠른 결정을 내려달라", 워커힐 면세점을 놓고는 "직원 고용 문제가 걱정이 된다"고만 말했다고 했다.

이날 증언에서도 드러났듯, 최 회장은 글로벌 사업에 더 관심이 큰 상황이다. 그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은 자신의 사면 전에 결정된 문제였고, 개인적으로는 인수 자금을 SK텔레콤의 글로벌 진출에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워커힐 면세점에 대해서도 독대 자리서 안 전 수석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이고, 자신이 이야기를 계속해야 했으면 이 주제는 굳이 꺼내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최 회장은 이제 자유롭다. 그동안 총수가 발 묶이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SK가 이제는 해외에서 기대하던 성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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