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한 김치·고추장…한식 매운맛 보여준 대상

머니투데이 하노이(베트남)=김소연 기자 2017.06.2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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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로드, 세계로]<4-2>미원·김·미역 등도 베트남 소비자 사로잡아…고추장 현지화로 美·日 수출도 껑충

편집자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 되면서 한국 화장품·식품 기업의 실적 쇼크가 잇따르고 있다. 영원히 성장할 줄 알았던 중국사업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큰 손' 중국인 관광객의 달콤함에 빠져 지나치게 중국시장에만 투자를 집중한 여파가 크다. 중국은 꼭 잡아야 할 거대시장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세안은 물론 미주, 중동, 유럽 등 한국 기업이 도전할 큰 시장이 무궁 무진하다. 뛰어난 품질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이미 중국을 넘어 세계 무대를 넓힌 기업들이 있다. 그 생생한 산업현장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베트남 하노이 이온마트 내 MSG코너. 오른편에 미역제품도 진열돼 있다. /사진=김소연 기자베트남 하노이 이온마트 내 MSG코너. 오른편에 미역제품도 진열돼 있다. /사진=김소연 기자


'HOT'한 김치·고추장…한식 매운맛 보여준 대상
지난달 30일 오전 찾은 베트남 하노이 이온(AEON) 마트. 하노이 3대 마트답게 널찍한 매장 중앙에 소스 매대 6~7개가 나란히 서 있다. 이 중 대상 미원을 비롯한 MSG(글루탐산일나트륨) 제품들은 매대 하나를 통째로 차지해 베트남 넘버원 조미료 면모를 드러냈다. 고추장·간장 등 전통 장류와 한국 김·미역 등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잡았다.

현장에서 만난 주부 란앙씨(60)는 장바구니 가득 '미원'을 비롯한 소스 제품들을 카트에 담았다. 그는 "미원 1kg을 한 달이면 다 쓸 정도로 애용한다"며 "한국 식품은 위생적이고 입맛에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치와 떡볶이 같은 매운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며 "한국 회사에 근무하는 동생이 선물해서 먹어봤는데 감칠맛이 남달랐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소스 코너 한켠에 진열된 미원 브랜드의 김과 미역 제품들도 잘 팔렸다. 매장 직원 티히엔씨(30)는 "한국에서 산후조리할 때 미역국을 먹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김과 미역 등 해조류가 인기"라며 "주로 20~40대 젊은 주부들이 사간다"고 귀띔했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대상 물류센터/사진제공=대상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대상 물류센터/사진제공=대상
대상그룹이 1994년 현지법인 '미원베트남'을 설립해 베트남에 진출한지 올해 23년이 됐다. 인도네시아에 이은 제2의 시장으로 베트남을 공략하는 만큼 토종 MSG인 미원은 물론, 소스, 튀김가루, 김치, 김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상 해외법인 중 모든 사업 분야를 보유한 것은 미원베트남이 유일하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현지 1위 소시지업체 '덕비엣'을 인수해 육가공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류 열풍과 함께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상은 더 큰 성장을 꿈꾼다. 물가가 낮은 베트남에 걸맞게 저렴한 김치제품을 론칭해 현지 외식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시장은 '종가집 김치'를 내세워 투 트랙 전략을 편다. 최근 인기인 김과 미역 수입을 확대하고, 간장과 고추장 등도 소스시장에 안착시킬 계획이다. 김명유 미원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은 경제가 매년 6% 이상 성장하는 기회의 땅"이라며 "유교사상, 교육열, 음식문화까지 우리와 닮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상이 뉴욕 팬시 푸드쇼에서 고추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대상대상이 뉴욕 팬시 푸드쇼에서 고추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대상
미국과 일본은 고추장으로 공략하고 있다. 대상은 미국에서 '청정원 순창고추장'을 소스화한 '내추럴 고추장'으로 판매하는데, 고추장 특유의 감칠맛으로 칠리소스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현지 문화를 고려해 제품을 세워놓을 수 있도록 스탠딩 패키지도 도입했다. 최근 미국에서 매운 소스가 인기를 끌고 있어 시식행사, 레시피 개발, 유명셰프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순창고추장 수출액은 지난해 3000만 달러(한화 약 340억원)로 10% 성장했다. 지난해 총 매출은 1000억원이었다. 내수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수출이 최근 5년 평균 10%씩 성장하고 있어 머잖아 해외 매출이 국내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

종가집 김치도 한류 덕에 현지인 시장 입점이 늘었다. 2012년 캐나다 세이프웨이 214개점을 비롯해 미국 코스트코(15개), 미국 샌프란시스코 럭키슈퍼마켓(50개) 등에 자리 잡았다. 입점 협의가 현재도 이뤄지고 있어 지난해 3000만 달러였던 김치 수출액은 올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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