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로 각광받던 코넥스 찬밥 전락…상장 절반으로 뚝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명룡 기자 2017.06.23 04:29
글자크기

코스피·코스닥 기업공개 최고치 도전중인데 코넥스는 잠잠…"코스닥보다 실익 적고 경쟁력 떨어져"

박근혜 정부 때 창조경제 일환으로 출범한 코넥스 시장에서 올해 상장된 기업 숫자가 지난해의 절반에 그치는 등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 활황으로 코스피, 코스닥 IPO(기업공개) 공모규모가 사상 최대치에 도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은 총 10개로 지난해 상반기 20개의 절반에 불과하다.



창조경제로 각광받던 코넥스 찬밥 전락…상장 절반으로 뚝


코넥스 시장은 2013년 7월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등 성장을 돕기 위해 출범했다. 2013년에 45개 기업이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고 2014년 34개, 2015년 49개, 2016년 50개로 증가했다.

코넥스 시장의 장점은 △코스닥 이전상장을 위한 체력을 기를 수 있고 △상장 이후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경영진을 포함한 주요 주주의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히 코넥스 상장회사는 증자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CB(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비상장일 때보다 손쉽게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실제로 코넥스 기업이 상장 이후 조달한 자금은 2015년 900억원, 2016년 1320억원으로 증가했고, 시장 출범 이후 현재까지 4000억원에 달한다.

이런데도 올해 코넥스 시장이 부진한 것은 상장하더라도 실익이 적다는 판단과 증권사 IB(투자은행)의 코스피 및 코스닥 집중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선 어느 정도 실적과 외형을 갖춘 기업이면 코넥스보다 코스닥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테슬라 요건' 등 코스닥 상장에 대한 장벽을 낮춰 굳이 코넥스를 선택할 이유가 사라졌다. 상장 과정에서 조달하는 자금, 상장 이후 거래 유동성, 시장 안정성 등 측면에서 코스닥이 코넥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팩 상장이 늘어나고 피합병법인을 찾는 스팩이 많아지면서 스팩합병상장을 통한 코스닥 입성을 노리는 기업이 증가한 점도 코넥스에는 부담이다.

또 증권사 IB가 모처럼 불붙은 시장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 위주로 IPO 영업을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코넥스 시장이 위축된 영향도 있다. 각 증권사 IPO 인력은 제한적이고, 별도로 코넥스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곳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코넥스가 코스닥과 차별화된 경쟁력이나 시장 환경을 조성하지 못할 경우 주식거래시장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무용론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코스닥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벤처기업 중 기술 경쟁력이나 성장잠재력이 뛰어난 곳을 발굴하고 코넥스 상장을 통한 강점을 충분히 전달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거래소 차원에서도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증권사별로는 현재까지 IBK투자증권이 총 31개의 상장 주관을 맡아 시장발전을 이끌었다. 이어 NH투자증권 22개, KB증권 20개, 한국투자증권 17개로 상위권에 포진했다. IBK투자증권은 중소기업특화 증권사로 역할을 강조하면서 코넥스 시장 상장 주선에서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코넥스는 코스닥을 가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코넥스 상장 기업에 대한 눈에 띄는 혜택이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코넥스 시장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올 상반기 코넥스 상장 실적이 저조한 건 맞지만 코넥스 시장의 장점도 충분한 만큼 하반기에 역량 집중을 통해 많은 기업이 코넥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