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율주행차 '스누버', 여의도서 시승해보니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7.06.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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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 변경·신호등 읽고 정지도 '성공'… 다음 주행도로는 '세종시'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도로에서 국내 최초로 일반도로를 주행했다./사진=뉴스1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도로에서 국내 최초로 일반도로를 주행했다./사진=뉴스1


나는 스누버(SNUver) 입니다. 겉모습은 일반 제네시스지만 인간 도움 없이 혼자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오늘(22일)은 제가 첫 걸음마를 떼러 나왔습니다.

저를 만든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는 오늘이 뜻깊은 날이라고 합니다. 국내 최초로 서울 도심에서 자율주행차가 운전하는 첫 사례라면서요.



2년 전 현대자동차(제네시스)가 서울 영동대교 북단을 출발해 코엑스까지 3㎞ 구간을 달린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교통을 통제하고 달렸다고 합니다. 저는 교통 통제 없이 다른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첫 번째 사례가 됐습니다.

그동안 서울대 관악캠퍼스 도로만 다닐 수 있었는데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태어난 지 2년 만에 드디어 도심 도로로 나왔습니다. 제가 일반 도로에서 다니려면 국토교통부의 허락이 필요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전국 대부분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시행령을 공포하면서 도심 주행의 문이 열렸습니다.



먼저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차로에 나왔습니다.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려와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기대와 함께 걱정도 됩니다. 여의도는 평소처럼 왕복 8차선이 넘는 도로가 자동차로 꽉 차 있는데 혹시나 실수는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코스는 국회 앞에서 △서강대교 남단 교차로 △마포대교 교차로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KBS 별관을 거쳐 다시 국회로 돌아오는 4㎞ 구간입니다. 특히 여의도 버스환승센터는 고난이도 입니다. 버스들이 수시로 지나다니고 길을 건너는 승객들로 붐벼 조심해야 할 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오후 2시2분 뒷좌석에 취재진 2명을 태우고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갓길에서 도로 진입까지는 제가 아직 스스로 주행할 수 없어 운전자인 연구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도로로 진입한 뒤 연구원은 핸들과 액셀, 브레이크에서 손과 발을 모두 뗐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몫입니다.


앞차와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직진했습니다. 전방이 비교적 한산할 때는 시속 50㎞까지 밟기도 했습니다. 앞에 차가 나타나자 미리 조금씩 속도를 줄였습니다.

첫 우회전 구간도 문제없었습니다. 여의도 광장 우체국을 지나 서강대교 남단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속도를 줄이면서 부드럽게 움직였습니다. 두 번째 마포대교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로로 이동하려 차선 변경도 성공했습니다. 차선을 바꿀 때 뒤에서 오는 차량을 보고 먼저 보내기도 했죠.

신호도 정확히 인식하고 정지했습니다. 여의도 환승센터 신호등에서 빨간불이 켜지자 20m 전부터 브레이크를 밟아 서서히 정차했습니다.

실수도 있었습니다. 국회 앞 교차로로 다시 돌아오는 직진 도로에서 전방이 한산했는데 속도를 내다 앞에 차가 있는 줄 모르고 급정거를 2번이나 했습니다. 탑승객들이 순간적으로 '헉'하고 놀랐고 상체가 앞으로 쏠릴 정도였습니다.

약 12분 만에 모든 코스를 돌아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처음으로 저를 시승한 취재진은 급정거한 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운전했다며 칭찬했습니다.

5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여의도에서 자율 주행 연습을 했는데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해서 참 다행입니다. 저를 개발한 서승우 연구센터장(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과 연구원들은 앞으로 여의도에서 주행연습을 더 한 뒤 세종시 도로 주행에도 도전한다고 합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완전한 자율 주행입니다.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달리는 것이죠. 그날이 하루빨리 오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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