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도로에서 국내 최초로 일반도로를 주행했다./사진=뉴스1
저를 만든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는 오늘이 뜻깊은 날이라고 합니다. 국내 최초로 서울 도심에서 자율주행차가 운전하는 첫 사례라면서요.
그동안 서울대 관악캠퍼스 도로만 다닐 수 있었는데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태어난 지 2년 만에 드디어 도심 도로로 나왔습니다. 제가 일반 도로에서 다니려면 국토교통부의 허락이 필요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전국 대부분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시행령을 공포하면서 도심 주행의 문이 열렸습니다.
코스는 국회 앞에서 △서강대교 남단 교차로 △마포대교 교차로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KBS 별관을 거쳐 다시 국회로 돌아오는 4㎞ 구간입니다. 특히 여의도 버스환승센터는 고난이도 입니다. 버스들이 수시로 지나다니고 길을 건너는 승객들로 붐벼 조심해야 할 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오후 2시2분 뒷좌석에 취재진 2명을 태우고 시승을 시작했습니다. 갓길에서 도로 진입까지는 제가 아직 스스로 주행할 수 없어 운전자인 연구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도로로 진입한 뒤 연구원은 핸들과 액셀, 브레이크에서 손과 발을 모두 뗐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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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와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직진했습니다. 전방이 비교적 한산할 때는 시속 50㎞까지 밟기도 했습니다. 앞에 차가 나타나자 미리 조금씩 속도를 줄였습니다.
첫 우회전 구간도 문제없었습니다. 여의도 광장 우체국을 지나 서강대교 남단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속도를 줄이면서 부드럽게 움직였습니다. 두 번째 마포대교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로로 이동하려 차선 변경도 성공했습니다. 차선을 바꿀 때 뒤에서 오는 차량을 보고 먼저 보내기도 했죠.
신호도 정확히 인식하고 정지했습니다. 여의도 환승센터 신호등에서 빨간불이 켜지자 20m 전부터 브레이크를 밟아 서서히 정차했습니다.
실수도 있었습니다. 국회 앞 교차로로 다시 돌아오는 직진 도로에서 전방이 한산했는데 속도를 내다 앞에 차가 있는 줄 모르고 급정거를 2번이나 했습니다. 탑승객들이 순간적으로 '헉'하고 놀랐고 상체가 앞으로 쏠릴 정도였습니다.
약 12분 만에 모든 코스를 돌아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처음으로 저를 시승한 취재진은 급정거한 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운전했다며 칭찬했습니다.
5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여의도에서 자율 주행 연습을 했는데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해서 참 다행입니다. 저를 개발한 서승우 연구센터장(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과 연구원들은 앞으로 여의도에서 주행연습을 더 한 뒤 세종시 도로 주행에도 도전한다고 합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완전한 자율 주행입니다.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달리는 것이죠. 그날이 하루빨리 오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