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이 돌아온다", 현대重 '빈 도크' 채우기 총력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7.06.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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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계약 해지된 FPSO 재발주…삼성重·대우조선과 경쟁 넘어야

"해양이 돌아온다", 현대重 '빈 도크' 채우기 총력


글로벌 오일메이저 쉐브론이 현대중공업 (128,300원 ▼1,200 -0.93%)에 발주했다가 취소한 해양플랜트 재발주에 나섰다.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은 해당 발주를 다시 끌어안아 빈 도크를 채우겠다는 각오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견된 삼성중공업 (9,390원 ▼40 -0.42%)대우조선해양 (31,000원 ▼200 -0.64%)과의 경쟁에서 앞서야 하는 상황이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영국 북해에 위치한 해상유전 '로즈뱅크'에 투입될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관련, 최근 발주처인 쉐브론에 사전 기본 설계안을 제출하고 입찰참여를 위한 사전적격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현대중공업이 쉐브론으로부터 19억달러(약 2조1500억원)에 수주한 사업이었다. 하지만 발주 후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아 지난해 12월 쉐브론의 계약 해지 통보로 사업이 무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1억9000만 입방피트로 예상된 유전의 1일 가스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추정된 데다 유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쉐브론이 로즈뱅크 FPSO 재발주에 나선 배경은 유가 회복인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20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국제유가는 현재 40~50달러 선을 오간다. 글로벌 해양플랜트 발주처들은 유가 관련 발주 손익 분기점을 배럴당 90달러에서 40달러로 낮춰 올해 발주에 나선 상태다.



대표적인 곳이 노르웨이 스타토일이 입찰 제안서를 건조사들에게 보낸 북해 유전 요한 카스트버그 FPSO다. 현대중공업을 비롯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 모두 오는 3분기 진행되는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쉐브론의 FPSO는 2013년 발주보다 계약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 매장량 추정치가 하향된 데다 유가 손익분기점도 맞춰야 해서라는 설명이다. 발주 규모는 기존보다 약 1억달러(약 1100억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추정이다.

해양플랜트 일감이 바닥난 현대중공업은 이번 발주를 놓칠 수 없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이 현재 건조 중인 해양플랜트 3기 중 2기는 다음 달 인도된다. 다음 달부터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일감은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해양플랫폼만 남게 된다.


해양플랫폼 발주가 없던 사이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랫폼 근무 인력도 대폭 줄인 상태다. 현재 해양플랫폼 근무인력은 약 7800명인데 이는 지난해 말보다 30% 가량 줄어든 규모다. 신규 수주가 없을 경우 추가 감원 압박은 물론 장기적으로 해양플랫폼 사업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계약 해지된 로즈뱅크 FPSO를 일감으로 도크에 다시 들여놓기 위해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과의 경쟁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도 쉐브론으로부터 사전적격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일감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올해 물량이 계획대로 인도될 경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내년 잔여 일감은 각각 14기, 7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종 입찰자 윤곽은 내년 드러날 전망"이라며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로즈뱅크 FPSO를 수주한다 해도 당장 해양플랜트 일감을 채울 순 없지만, 수주하지 못할 경우 일감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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