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EU, 브렉시트 협상 개시…"첫날 英 참패"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6.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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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합의금' 협상 먼저…英 추진 무역협상은 뒤로 밀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왼쪽)과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 대표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 첫 공식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왼쪽)과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 대표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 첫 공식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마침내 시작됐다.

EU에서 회원국의 탈퇴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데이'인 2019년 3월 29일까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이 길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과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대표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 역사적인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했다.



양측은 영국이 부담할 '이혼합의금'을 놓고 먼저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이혼합의금과 함께 영국에 거주하는 EU 시민 및 EU 역내에 있는 영국인의 권리, 영국의 북아일랜드와 EU에 속한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과 관련한 법적 문제 등을 다룰 3개의 실무그룹을 통해 초기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날 데이비스 장관이 브뤼셀에 도착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참패했다고 꼬집었다. 그가 우선순위로 내세운 무역협상이 뒤로 밀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데이비스 장관과 바르니에 대표는 탈퇴 협상이 달성 가능할 것이라며 이날 첫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영국이 2019년 3월 29일에 EU를 떠나게 돼 있는 만큼 협상이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영국은 지난 3월 EU에 정식으로 탈퇴 의사를 통보했다.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른 것이다. EU에 탈퇴 의사가 통보되면 2년 시한으로 탈퇴 조건 등을 협상 하게 된다. 영국이 시한 내에 협상을 마치지 못하면 자동으로 EU 회원국 자격을 잃고 EU 체제 내에서 맺은 모든 협약의 효력이 중단된다.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 대표가 이날 선물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EU가 영국에 이혼청구서부터 내놓겠다는 건 협상이 시작부터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데이비스 장관은 EU가 과도한 이혼합의금을 요구하면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EU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와 여론조사업체 카타르가 유럽인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EU가 영국에 강경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답한 이가 65%나 됐다고 보도했다.

EU가 영국에 이혼합의금을 요구하는 건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약속한 예산분담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EU는 2014~2020년 장기예산을 이미 확정한 만큼 이혼합의금은 영국이 내야 할 걸 내는 것이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EU는 아직 공식적으로 합의금을 제시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몇몇 매체는 1000억 유로(약 127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데이비스 장관은 지난달 한 회견에서 "10억 파운드(약 1조4500억 원)도 많다"며 EU가 이혼합의금 액수를 낮추지 않으면 브렉시트 협상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은 EU의 최종 청구서 규모가 250억~650억 유로쯤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을 둘러싼 갈등도 협상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U는 역내 자유무역과 이동의 자유를 강조하는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에서 영국으로 오는 이주자 수를 줄인다는 입장이다. CNN머니는 메이 총리의 이 같은 입장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의 유연성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 그래도 영국은 실업률이 4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기업들이 이주민으로 일자리를 채워야 하는 처지다.

브렉시트의 향방을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는 무역 문제다. 영국의 수출과 수입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4%, 53%에 이른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해왔다. 최근 조기 총선 참패로 동력이 약해졌지만 기존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문제는 영국이 추진하는 무역협정이 초기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CNN머니는 무역협상이 뒤로 밀리면서 영국이 결국 분담금을 내면서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 시나리오다.

그러나 데이비스 장관과 바르니에 대표는 이날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을 배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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