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은 '히든카드' 편에서 "언제 볼링 한번 치자"는 하하의 전화를 받고 몇 주 후 바로 '무한도전'에 출연했다. 다른 게스트들의 출연 역시 '무한도전' 자체나 멤버들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지난 10년간 인기를 누려온 예능 프로그램이고, 이제는 전화 한 통으로 톱스타들을 기꺼이 오게 만들 만큼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그 독보적인 위치만큼 게스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는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같은 편에 출연한 박보검 역시 시종일관 그의 외모와 성품을 칭찬하며 '박보검나웃겨'라는 멘트를 외쳤을 뿐이다. 그리고 박보검은 정작 봅슬레이 앞에서 추억을 떠올리는 '무한도전' 멤버들 곁에 병풍처럼 서 있어야 했다. 심지어 두 번째 녹화에서는 아무런 맥락 없이 정준하와 양세형의 패션 대결에 모델로 동참했다. '볼링 치자 수현아' 편은 볼링이라는 아이템조차도 김수현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방송에서 게스트들을 빼면, 아이템도 기획도 없는 '무한도전'만이 남는다.
이효리는 삶과 요가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었지만 멤버들의 요구에 따라 머리를 발로 두드리거나 머리에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여야 했다. 이날 방송의 자막처럼 멤버들은 '모태 예능인'으로서 게스트에게 예능을 가르치고 '무한도전'답지 않은, 즉 새로운 인물이나 아이템들은 '재미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결국 게스트는 '무한도전'의 세계에 편입되어야만 '재미있는 것'으로 인정을 받는다.
물론 오래전 차승원이 연탄을 뒤집어썼을 때, 소지섭이 '무한도전' 멤버들처럼 망가진 모습을 보여줬을 때 '무한도전'은 큰 재미를 끌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기획부터 게스트가 고생할 만한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그들을 멤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요가를 하는 도중 예능적인 재미를 위해 갑자기 밀가루를 가져오는 식이다. 게스트가 '무한도전'에 출연하게 된 맥락이나 게스트의 특징을 활용하는 대신, 게스트에게 방송 분량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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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기에 앞서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변화가 아닌 정상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귀 후 제작진이 보여준 것은 '무한도전'의 영향력을 활용해 많은 게스트를 출연시키는 것뿐이었다. '무한도전'이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강조하며 인기 연예인 한 명의 섭외를 간절히 바라던 것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