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코스닥, 나스닥처럼 백조되려면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김명룡 기자 2017.06.20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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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을 살리자]카카오 코스피 이전 뼈아픈 일…"코스닥 남아 있을 이유 만들어줘야"

미운오리 코스닥, 나스닥처럼 백조되려면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가 지난 1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 찬성률 99%로 코스피 이전 상장안을 확정한 것은 코스닥 입장에선 뼈아픈 사건이다. 성장형·기술형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를 자임했던 코스닥의 자존심이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전 상장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대형 코스닥 업체 한 관계자는 "코스닥에 있어봐야 아무 혜택이 없지만 코스피 가면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돼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카카오가 선수를 치는 바람에 코스피 이전상장이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코스닥에 있을 이유가 없다면 유리한 코스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상장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전용펀드를 활성화하고 신설펀드 구성시 코스닥 종목을 일정수준까지 의무적으로 편입시키는 등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코스피와 코스닥 내 IT업종 비중이 각각 28%와 35%로 차이가 7%포인트에 그치는 등 코스닥만의 차별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스닥 테크기업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결국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기술우량주를 육성·유치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코스닥업체 한 관계자는 "코스닥 투자자들은 실적보다는 테마주 쪽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코스닥 상장시 법인세를 인하해 주거나 IR을 대신 개최해 주는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면 이전 상장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운오리 코스닥, 나스닥처럼 백조되려면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하고 자회사간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국회에서도 한국거래소를 지주사로 바꾸고,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등 3개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엄경식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상 자율성이 미리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격이 다른 코스피와 코스닥을 상장대상기업만을 겹치게 해 경쟁시키겠다는 방안은 경쟁의 범위와 수준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적인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공매도 제도가 코스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상장된 코스닥 시장의 경우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고 시장 안정성이 낮아 공매도로 기업가치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기준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규모는 거래량 대비 0.7%로 코스피(2.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증가속도는 오히려 빠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08년 7월~2016년 10월 공매도 비중 증가속도를 분석한 결과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거래는 거래량 기준 연평균 292%, 거래대금 기준 연평균 104%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 비중은 5.3%로 코스피(3.6%)를 앞질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2% 안팎인데 비해 외국인투자자는 80%에 달한다. 이 때문에 국내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에 불리한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는 지적 역시 끝없이 나오고 있다. 개인은 대주거래를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거래참여가 어려운 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거래시장은 일반적인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가 정보 열위에 놓이며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향후 공매도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할 때 반드시 고려돼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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