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노벨 물리학상 시상식장. 네덜란드의 이론 물리학자인 헤라르뒤스 토프트는 수상 소감으로 "이휘소 박사를 만났던 것은 하늘이 내려준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휘소 박사는 비가환 게이지(gauge) 연구로 여러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론을 뒷받침한, 한국계 과학자 중 가장 노벨 물리학상에 가까웠던 사람이다.
'이휘소 평전'은 한국이 낳은 천재 물리학자 고(故) 이휘소(미국명 벤저민 리) 박사의 40주기를 기리는 의미에서 복간됐다. 저자인 고(故) 강주상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 박사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유가족 및 학계 동료들의 증언, 어머니와 부인에게 보냈던 100여 통의 편지, 저명한 물리학자들과의 일화 등을 토대로 그의 삶을 조명했다.
이휘소 박사는 30세에는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과 정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고등 연구원 회원, 스토니브룩대 교수,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 이론 물리학부장 등을 역임하며 '입자물리학 표준모형 완성'이라는 20세기 입자 물리학의 금자탑을 쌓았다. 2012년 발견된 '힉스 입자'의 이름을 처음으로 명명한 것도 이 박사다.
저자는 "(박사는) 박정희 정부를 못마땅하게 여겨 한국과 관련된 행동은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며 "1974년에야 서울대학교의 미국 지원 차관 심사를 계기로 한국의 물리학 발전에 힘을 기울였다"고 정면 반박한다.
이휘소 박사는 미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한국 과학 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미국 개발도상국 지원기구인 AID의 평가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1980년대 이후 서울대 과학 교육 혁신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학자들의 활동 무대도 더욱 넓어져 고에너지 실험 물리학 분야에서 국제 공동 연구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휘소 박사는 인류 문화의 흐름에서 물리학을 이처럼 표현했다. "누가 이러한 지식을 알게 되었는가는 결국 세인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한 시대, 한 국가가 이룩한 영감과 성취 결과는 영원히 기억에 남는 것입니다."
◇이휘소 평전=강주상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336쪽/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