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기술특례상장…실적 악화에 투자자 '외면'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7.06.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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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곳 중 7곳이 공모가 대비 20% 이상 손실…테슬라 요건 상장에도 부담

주가 '반토막' 기술특례상장…실적 악화에 투자자 '외면'


코스닥지수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5월 말까지 상장한 기술특례상장 12개 기업(스팩 합병 제외) 가운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기업은 큐리언트 (4,140원 ▲70 +1.72%), 신라젠 (2,700원 ▼65 -2.35%) 단 두 곳뿐이다.

12개사 중 절반인 7곳(바이오리더스 (1,610원 ▼33 -2.01%), 옵토팩 (825원 ▼25 -2.94%), 로고스바이오 (3,005원 ▼15 -0.50%), 퓨쳐켐 (21,600원 ▲100 +0.47%), 애니젠 (12,500원 ▲400 +3.31%), 유바이오로직스 (9,830원 ▼240 -2.38%), 피씨엘 (1,244원 ▼15 -1.19%))은 공모가 대비 손실이 20%를 웃돈다. 게다가 12개사 중 8곳은 지난해에 이어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부터 유망 기술기업을 발굴하고 상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기술특례상장 조건을 완화했다. 그 결과 2005년~2014년까지 10년간 15개사에 불과했던 기술특례상장 사례가 △2015년 12개사 △2016년 10개사로 확대됐다.

올해도 앱클론·한중엔시에스·휴마시스·샘코 등이 기술성장기업 상장 요건을 충족해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이며 이외 6개사가 기술평가기관을 통해 상장 요건 심사를 받고 있다. 현재 기술특례로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 대부분이 가까운 시일 내 성과 확인이 어려운 바이오 업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IT업종 대형주가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가면서 바이오 업종이 중심인 기술상장주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이나 특허가 당장 1~2년 내에 실적으로 실현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적정 기업가치를 논하기에는 아직 시점이 이르다"고 설명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대부분이 상장 이후 적자 상태에서 주가도 공모가 이하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른바 '테슬라 요건' 상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테슬라 요건 상장은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처럼 적자에도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거래소가 올해부터 도입한 코스닥시장 특례상장 제도다. 테슬라 요건은 △시가총액 500억원 △직전 매출액 30억원 △직전 평균매출증가율 20%를 충족할 경우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을 허용한다.


'테슬라 요건'에는 3개월 내 주가가 공모가의 10% 이상 떨어지면 상장주관사가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물량을 사들이도록 하는 풋백옵션이 따라 붙는다.

엄격한 기술평가를 거친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를 하회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적자 기업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주가 상황에 따라 본인들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풋백옵션 발동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지 이 제도를 통해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이유다.



이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적자기업 상장 허용으로 자금이 필요한 혁신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좀 더 용이해질 수 있으나 사업 불확실성과 펀더멘탈 취약성이 높아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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