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함을 불허한다"…금기와 억압의 '성(性) 문화' 읽기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6.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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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음란한 인문학'…금기와 억압에 도전하는 원초적 독법

"음란함을 불허한다"…금기와 억압의 '성(性) 문화' 읽기


19세기 초반 미국에서는 금욕과 절제를 강조하는 청교도적 생활이 '공동선'이었다. 검소한 옷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 단정하게 틀어 올린 머리는 미국 중·상류층 백인 가정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를 뒤흔든 것은 한 편의 보고서였다. 동물학자 알프레드 킨제이는 남성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섹스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그 결과 자위, 애무, 혼외정사가 미국 사회에서 은밀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에서 본격적인 성 논의를 촉발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금기와 억압의 역사를 거쳐온 '성(性)'은 미디어 탄생과 더불어 '성 문화'가 됐다. 문화란 이면의 메시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는 성 담론을 나눌 때 반드시 알아야 할 27가지 주제를 '금기', '억압', '차별', '편견', '전복'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나눠 소개한다. 대중문화 속 '음란한' 사건들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낱낱이 해체한다.

소설가 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자비로 출간되고 오랜 재판 끝에야 미국에서 무삭제판이 나왔다. 저자 사후 30년 만이었다.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의 성적 일탈을 그렸다면 과연 흥행에 성공했을까. 또는 오랜 억압을 받아야 했을까. 채털리 부인은 남성 우월주의 성문화에 일침을 가했다. 이외에도 중년 남녀의 뜨거운 성생활을 묘사한 일본 만화 '황혼유성군', 한국 대중문화를 지배한 '롤리타' 이미지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책에서 "음란의 필터로 세상을 꿰뚫어보라.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성 담론이 가능할 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가능해지지 않을까.

◇음란한 인문학=이봉호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276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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