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누르면 정량조작' 경유량 속여 판 일당 검거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7.05.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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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주유량보다 10~15% 적게 주유해 25억 챙겨…경찰, 합동단속으로 붙잡아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정량조작 리모컨을 제작하고 이를 이동식 주유(홈로리) 차량에 설치해 경유량을 속여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석유 및 석유대체 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로 정량조작 무선원격장치를 제작한 김모씨(4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무선원격장치를 설치해 경유량을 조작 판매한 서모씨(42) 등 11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정량조작 무선원격장치를 제작해 홈로리 차량에 대당 100만~250만원을 받고 설치해준 혐의를 받는다.



이 장치는 홈로리 차량 계량기 회로기판에 소형 안테나 등을 설치해 무선 리모콘으로 근거리에서 기름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리모콘에는 3가지 버튼이 있다. 1번 버튼을 누르면 주유기 수량은 올라가지만 기름은 나오지 않고 2번 버튼은 실제 주유량보다 10~15% 적게 주유되도록 한다. 3번 버튼은 범행 발각에 대비해 불법 주유 중 정상 주유로 전환한다.

홈로리 차량 소유자 서씨 등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경기 등 10여 곳 건설현장 중장비에 경유를 납품하면서 주유량을 속이는 방법으로 25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김씨가 만든 장치를 차량에 설치해 실제 주유기 수치보다 10~15% 적게 주입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주변에서 홈로리 차량을 운행하는 지인들로부터 "기름 주유 때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면 돈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제작에 나섰다.

첩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 북부본부와 합동 단속해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주유소에서 나타나던 일명 '기름 빼돌리기' 수법을 홈로리 차량에 접목한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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