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5·18기념일 '제창'…'임을 위한 행진곡' 수난사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7.05.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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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文대통령, 5·18기념일 '제창' 지시…합창vs제창 논란 종지부

지난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해 광주 국립 5·18 민주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내 정치사와 궤를 같이한다. 문재인 대통령 첫 공식행사인 이달 5·18 광주 민주화 항쟁 기념식에서 9년 만에 제창될 예정인 이 곡은 단순한 추모곡을 넘는 의미가 있다.



9년 만에 5·18기념일 '제창'…'임을 위한 행진곡' 수난사
◇ 합창vs제창 논란, 9년 만에 5·18기념일 제창 허용
문 대통령은 12일 국가보훈처에 제37주년 5·18 기념식 제창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해 부르도록 하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이 곡의 제창을 승인하지 않았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사표를 수리한 지 하루 만이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이 곡은 9년 동안 제창과 합창의 미묘한 차이로 논란이 됐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선 5·18 기념식에서 이 곡의 제창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합창은 허용했다.



합창과 제창은 비슷한 의미로 보이지만 '의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5·18 기념식과 같은 다소 정치적 의미를 담은 행사에선 합창·제창의 차이는 날 선 대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전적으로 합창은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부르는 가창 형태'이고 제창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외침'이라는 뜻으로 애매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국가 공식 행사 등에서 애국가를 '제창'은 할 수 있어도 '합창'하진 않는 차이로 이해하면 쉽다.

노래를 부르는 주체도 '제창'은 참석자들에 대한 의무가 있다. 합창단이 입을 맞춰 노래를 부를 때 이를 제창한다고 표현하진 않는다. 제창은 행사에 참석한 이들이 뜻을 맞춰 노래를 부른다는 의미가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참석자가 다 같이 부르며 제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 해에는 기념식에 참석해 함께 노래를 불렀으나 2009년부터 합창만 허용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제공) /사진=뉴스1'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제공) /사진=뉴스1
◇ 5·18 항쟁과 발자취 같이한 노래…기념곡 지정 좌절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중가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1980~88년)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1981년 지어진 이 곡은 당초 노래극(뮤지컬)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마지막곡으로 만들어졌다.

이 노래극은 5·18 민주화운동 중이던 1980년 5월27일 전라남도청을 점거하다가 계엄군에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다뤘다.

당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고문을 당하며 쓴 시 '묏비나리'에 소설가 황석영이 노랫말을 붙였다. 당시 백 소장은 서대문구치소 옥중에서 이 시를 지었다.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곡을 붙였다.

이 곡은 1982년 윤상원과 박기순의 유해를 광주 망월동 공동묘지(현 국립 5·18 민주 묘지)에 합장하면서 처음 세상에 목소리를 냈다. 이후 구전과 필사본 등을 통해 노동운동가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5·18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후 이 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결론은 나지 않고 있다. 2013년 국회에서 기념곡 지정에 대한 발의가 있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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