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벌개혁 외쳤던 DJ, 일주일만에 재계 찾은 까닭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05.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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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주요 일간신문 광고면이 삼성·현대차 (251,000원 ▼500 -0.20%)·SK (166,000원 ▼2,900 -1.72%)·LG (79,400원 ▼800 -1.00%) 등 대기업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축하로 채워졌다. 정부 입김이 CEO(최고경영자) 인사에 크게 작용하는 금융권의 농협·국민은행·IBK기업은행도 한번에 수천만원씩 하는 1면 광고란을 비롯해 눈에 띄는 자리에 신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는 광고를 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춘, 새삼 신기해할 것 없는 '통과의례'지만 9년 만의 정권교체다 보니 사뭇 다른 여론의 해석도 나오는 모양이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엔 '약삭빠른 처세술'이라는 가시 돋친 평가가 오간다.



광고에 대한 해명을 잠시 뒤로 미뤄두면 그 속내가 어떻든 신문 광고 하나가 구설에 오를 만큼 문재인 시대를 맞은 재계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취임사에서부터 재벌개혁과 정경유착 근절을 언급한 대통령에게 어떻게 박자를 맞춰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만난 한 재계 인사도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문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지난달부터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활동에 직결될 공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의견을 주고받을 기회가 없어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통합을 말하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경제회복과 저성장시대 극복의 한 방편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넓다. 재계 역시 '통합 코드'를 언제든 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기업과 재벌을 적폐 청산의 대상, 불공정의 온상으로 몰아가선 곤란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은 재벌개혁을 내세웠지만 IMF 외환위기를 맞아 당선 1주일만에 재계 인사들과 위기극복 해법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구체적인 해법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고 기업을 시장경제의 파트너로 존중한 결과가 위기극복의 초석이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두 자릿수 청년실업률과 자꾸만 떨어지는 경제성장동력까지 오늘의 현실이 1997년보다 녹록하다고 말할 이는 없다. 새 정부는 공공부문에 초점을 맞춰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자리와 경제활력의 화두는 기업과의 파트너십 없인 반쪽짜리 효과,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다.


국민의 염원 속에 당선된, 대통합을 약속한 문 대통령이 소통과 해법의 리더가 될 것을 믿는다. 문 대통령과 재계의 첫 대면에 거는 기대감이 큰 이유다.
[기자수첩]재벌개혁 외쳤던 DJ, 일주일만에 재계 찾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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