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층도 막판 투표…"어머니, 용돈 드릴 테니 제발"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최민지 기자, 김민중 기자, 김종훈 기자, 양성희 기자, 윤준호 기자, 방윤영 기자 2017.05.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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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각 투표소] 투표소 앞서 가족끼리 설득…정치 무관심 벗어난 20대들 투표행렬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문화원에 마련된 잠실7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문화원에 마련된 잠실7동 제1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4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투표소 곳곳에서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유권자들이 가족, 지인들과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로가 찍을 후보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우편·사전투표자를 포함한 전국 투표율은 67.1%다.



◇가족간에도 지지 후보 바꾸라는 끈질긴 설득 이어져

노모를 모시고 투표소를 찾은 한 남성은 특정 후보를 찍으면 용돈을 주겠다며 어머니를 설득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머니 강모씨(가명)는 "아들이 하도 설득해 막판에 찍을 후보를 바꿨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2동 제7투표소를 남편과 함께 찾은 장만선씨(55)는 "남편은 사전투표를 했는데 나는 오늘 점심까지도 고민하다가 이제 막 마음을 정하고 왔다"고 말했다.

장씨는 "오늘 밤이면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누가 되든 그저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치 무관심에서 돌아선 20대들 투표 행렬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대선은 꼭 참여하고 싶었다는 20대들도 있었다. 대통령 탄핵사건을 겪으면서 책임감을 느꼈다는 목소리다.

이날 오후 3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육아종합지원센터(혜화동 제4투표소)를 찾은 최모씨(29)는 "투표에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 (정치 관련) 일이 많이 터지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표가 의미 있는 한 표가 되기를 바랐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제1투표소에서 생애 첫 투표를 한 고관우씨(20)는 "토론회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지지 후보가 초반과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확신을 가진 계기가 됐다"며 "검증 과정에서 의혹이 밝혀지지 않은 후보는 배제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정치적 개혁을 중요하게 보고 후보를 선택했다"며 "새 대통령이 투명하게 국정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날 오후 3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2동 제4투표소를 찾은 회사원 김모씨(29)는 "내가 투표를 안해도 대세는 바뀌지 않는다고 믿었는데 이번 선거만큼은 꼭 투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대선 당시 투표 안한 사람들 중 10분의1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쟁후보에게 투표했어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이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공범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 하다 시간 쪼개 투표소로…"누가 당선돼도 받아들여야"

근무시간을 쪼개 투표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이태원 한 투표소에 들른 김모씨(33)는 "직장에서 일하다가 잠시 투표하러 짬을 냈다"며 "공약집을 찾아보며 결정한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오전 출근 후 퇴근길에 투표하러 온 정승렬씨(49)는 "지난 정권에서의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꼭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음 정권은 자본 논리에 따라가지 않는 정치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명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우리 사회에 약이 됐다는 의견도 종종 나왔다. 유권자들이 책임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일산동구 백석2동 주민 장모씨(34)는 "(국정농단 사태로) 정치가 시민들에게 친숙해졌다"며 "일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꼭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극단적 모습도 보이는데 누가 되든 받아들여야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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