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과 '붓대'로 대중과 소통…마오쩌둥의 말에 담긴 힘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7.05.0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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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후쑹타오 '정치가의 언격'

'소똥'과 '붓대'로 대중과 소통…마오쩌둥의 말에 담긴 힘


유권자가 정치인을 판단할 수 있는 도구는 대부분 '말'이다. 정치인들은 말로 정책과 공약을 선전한다. 정책과 공약이 내용물이라면 말은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내용물이 좋아도 잘못된 그릇에 담기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듯이, 잘못된 언어는 때론 본질을 가리고 왜곡한다. 정치가에게 '말'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책 '정치가의 언격'은 마오쩌둥을 통해 정치가가 지녀야 할 언어의 '격'을 살핀다. 오랜 시간 동안 마오쩌둥의 말과 글을 분석해 온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일관되게 전달하고 쉬운 표현으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며 강력한 비전 제시로 대중이 스스로 따르게 하는 것'이 정치가가 갖춰야 할 언격이라고 말한다. 바로 마오쩌둥이 추구했던 바다. 단, 이때 '언격'은 도덕적 완결성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마오쩌둥이 중국의 '훌륭한 정치가'라는데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그를 '위대한 혁명가'로 또 다른 이들은 그를 '간악한 독재자'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의 말이 지금까지도 중국을 이끄는 공고한 사상적 기반이 됐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60년대 '마오쩌둥 어록'은 50여 종의 언어로 출판, 총 발행 부수가 50억 부에 육박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행된 책 중 하나다.

마오쩌둥의 강점은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을 사용해 대중들을 설득했다는 것. 그는 "가장 깨끗한 사람은 여전히 노동자, 농민이다. 그들의 손이 아무리 검고 다리에 소똥이 묻었더라도 깨끗하다"며 '소똥'이란 단어를 통해 대중과 분리된 정치를 경계했다.



그는 또 "총대에서 권력이 나온다"는 말로 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붓대"라는 표현으로 지식인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해 강한 조직을 만드는 기반을 다졌다. "낡은 것을 깨야 새것을 세운다", "반란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며 새 국가의 당위성을 선전했고 자신의 권좌를 넘보던 류사오치와 린뱌오를 제거할 땐 "하늘에서 비가 내리려 하고 아가씨는 시집가려 한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책은 세력형성기-목표 확립기-권위 강화기-수성기로 마오쩌둥의 인생을 나누고 4부에 걸쳐 그의 언어전략을 분석한다. 마오쩌둥의 언어가 정답은 아니다. 다만 그의 말이 어떻게 중국을 지배할 수 있었는지 힌트는 찾을 수 있다.

◇ 정치가의 언격=후쑹타오 지음. 조성환 옮김. 흐름출판 펴냄. 528쪽/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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