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으로 비강세척, 갓난아이 관장…'안아키'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이슈팀 윤기쁨 기자 2017.04.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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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과학적·의학적 근거없는 민간요법…다른 아이들까지 피해 우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안아키' 메인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안아키' 메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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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으로 비강세척, 갓난아이 관장…'안아키' 아시나요?
‘안아키’ 아내와 이혼하고 싶어 미치겠습니다. 얼마전 아이 열이 39도까지 올라 빨리 병원에 데려가려는데 아내는 저를 막고 3일동안 열경련을 일으키는 아이에게 매실과 죽을 먹이더군요. 아픈 이유가 소화계 문제라며 관장까지 시켰습니다. 여차저차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더니 가와사키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로부터 열이 안내려간 채로 계속 내버려뒀으면 뇌손상이 올 수도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아이 아버지의 글이 SNS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백신접종·병원치료 없이 자연 면역력을 높여 아이를 키우는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의 잘못된 정보로 아이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간장 비강세척, 숯가루 먹이기…이해할 수 없는 '안아키'식 자연치유
28일 현재 ‘안아키’ 온라인 카페 가입자 수는 현재 5만5000명에 달한다. 2013년 10월 최초 개설돼 자연주의를 선호하는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만 입소문을 타다 2015년 메르스와 집단 C형 간염 발병사태 이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카페는 아이가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여겨지기 전까지 앓도록 가만히 두고, 자연 해독력이 있는 물·바람·햇빛을 접촉시켜 자연치유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안아키 치료법은 △아토피 자녀에게 관련 스킨과 로션을 전혀 바르지 않거나 △소금물 혹은 재래간장을 섞은 물로 비강세척 △배탈·설사 또는 독소로 인한 장 질환에 숯가루 먹이기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 적지 않다.

그 밖에도 장폐색 소아환자에게 장 청소를 한다며 소금물 900cc를 며칠간 먹이거나, 해독 치료프로그램으로 갓난아이에게 관장액을 삽입해 관장시키기도 했다. 자신의 자녀를 수두에 걸린 아이와 시간을 보내 감염되도록 유도해 자연스럽게 수두 면역체계를 만들겠다고 ‘수두파티’를 열기도 했다.

◇한 두명의 '안아키' 아이들로 인해 집단전염 가능성도
안아키 회원들은 자녀들의 국가예방접종을 피하기 위해 어떤 병원에서 접종 지연 소견서를 써 주는지, 보건소에서 접종누락 전화가 걸려올 때 어떻게 해야하는 지도 공유하고 있다. 12세 이하 어린이들이 맞는 국가예방접종으로는 △수두△결핵△폐렴△MMR(홍역·볼거리·풍진)△HPV 등이 있다.


/사진='안아키' 게시글 캡처/사진='안아키' 게시글 캡처
'안아키'를 맹신하는 부모들의 사례를 접한 한 학부모는 “공동생활을 하는 사회에서 공동보건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소수의 아이들 때문에 집단 면역이 무너지고 전염병에 걸리는 거고, 유치원·학원에서 이런 아이들 때문에 폐렴·수두 등에 걸린다고 생각하니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예방접종 국민인식·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만 0∼12세 이하 자녀를 둔 전국의 성인보호자 1068명을 상대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4%가 백신이 무용하다고 여겨 접종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

전가은 보건복지부 예방접종관리과 사무관은 “예방접종 부분에 한해 안맞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제재를 할 순 없지만 질병이 더 오래가고 다른 아이들이 감염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적·의학적 증명되지 않아 부작용도…아동학대인지는 불분명
안아키는 과학적·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부작용과 실패 사례가 적지 않다. 아토피로 인해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어 온몸에 피가 나는 아이들이나, 과도하게 햇빛을 받아 피부가 상한 사례도 있다. 기침하는 아이를 방치해 폐렴으로 확대된 경우도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안아키' 아토피 부작용/사진=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안아키' 아토피 부작용
일각에서는 '안아키'가 ‘아동학대’라는 비난이 있지만 학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판단이 어렵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아동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는 아동학대에 해당되지만, 안아키의 행위가 학대에 해당한다는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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