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다문화' 아닌 '가족'으로 봐주세요"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2017.04.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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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19대 대통령에게 묻다] ②다문화 청소년-2. 서울동일여고 오세림양 인터뷰

편집자주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은 없지만...' 논란 속에 만 18세 선거권은 이번에도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세대로서 할말은 많다. 기성세대가 오늘 내린 결정은, 결국 내일 이들의 몫이다. 각각 사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18세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목소리를 모았다. 미래세대를 향한 주요 정당 대선후보 5인의 답변도 함께 담았다.

서울동일여고 오세림양/사진=윤준호 기자서울동일여고 오세림양/사진=윤준호 기자


"수업시간마다 선생님이 일본을 욕했어요. 저를 흘겨보며 성난 목소리로 말하는 선생님 모습에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그때 옆에 앉은 짝꿍이 제 귀를 막아줬어요. 그렇게 따뜻한 손은 처음이었습니다."

서울 동일여자고등학교 2학년 오세림양(17)은 다문화가족 자녀다. 어머니는 일본인, 아버지는 한국인이다. 국적은 물론 외모도, 말투도 한국인과 다름없지만 '일본인'이라는 꼬리표는 늘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녔다.



수업시간 일본과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곤욕이다. 역사 교과서에 일제 강점기를 다루는 부분이 나올 때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일본인 어머니를 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독도·위안부 문제에서도, 심지어는 한·일 축구 대항전에서도 적(敵)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오양은 "무조건 색안경 끼고 대하는 모습이 많았다"며 "어린 나이에 상처를 자주 받으면서 '엄마는 왜 이 나라에서 결혼했나' 원망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차별과 편견으로 다친 마음을 보듬어준 건 짝꿍의 손길이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대단한 도움보다는 대신 귀를 막아준 짝꿍의 두 손처럼 진심 어린 작은 배려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오양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피부색이나 생김새가 다른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부딪히는 차별의 벽은 더 높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 받고 일부 선생님들마저 차별로 비수를 꽂는다. 취업 전선에 나가서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

오양은 "동남아시아계 부모를 둔 다문화가족 언니·오빠들을 보면 자기소개서·입사지원서에 사진 첨부하기를 가장 꺼려 한다"며 "다른 건 몰라도 외모에서 오는 차별만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양이 바라는 19대 새 대통령은 다문화가족을 바라볼 때 '다문화'라는 차이점에 주목하기보다는 모두가 똑같은 평범한 '가족'임을 먼저 인식하는 사람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오양은 "새 정권에서도 차별이 사라지지 않으면요? 괜찮아요. 다만 저와 같은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어떤 일이 닥쳐도 'Never mind'(네버마인드). 신경 쓰지 말라고요."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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